임금피크제가 합리적인 이유가 없으면 연령 차별에 해당해 무효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임금피크제 도입 과정, 절차가 아닌 제도 자체의 유·무효에 대한 첫 판결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일터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26일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퇴직자 A씨가 자신이 일했던 연구기관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임금피크제 도입을 정당화할 사유를 찾기 어렵다며 임금피크제에 따른 임금 차액을 청구하는 소송에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이 임금피크제의 효력에 대한 판단 기준을 제시함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임금피크제 관련 소송 뿐만 아니라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사업장에도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을 두고 대구 노동계는 환영의 뜻을, 경제계는 우려를 내비쳤다.

김정옥 한국노총 대구지역본부장은 "이번 판결은 연령에 따라 임금을 삭감한 게 합리적인 이유가 아닌 명백한 차별이었다는 점을 확인시켜준 것"이라며 "5년 동안 임금피크제로 청년 일자리가 크게 늘지도 않았고, 노동자 임금만 삭감되는 현상이었다. 연령이 높다는 이유로 임금을 깎는 방식이 지속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반면 이재경 대구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임금피크제 도입이 까다로워질수록 경영 부담은 가중되고 고용 의지는 꺾일 것"이라며 "청년층을 위한 신규 일자리 창출에는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를 표했다.
다만 이번 판결이 임금피크제 자체를 일률적으로 부정하는 것이 아니고 도입 목적, 임금 및 업무강도의 저감 수준 등 '합리적 이유'가 판단 근거로 제시돼 사업장마다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
대법원은 "현재 시행 중인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나 개별 기업들이 시행하는 임금피크제의 효력의 인정 여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정당성 및 필요성, 실질적 임금 삭감의 폭이나 기간, 임금 삭감에 준하는 업무량 또는 업무 강도의 저감 등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금피크제는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덜고 고령층의 숙련된 업무 능력을 계속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기업이 임금 수준을 낮추는 수단으로 악용할 수도 있다. 이번 사건의 피고가 여기에 해당한다는 것이 정부와 노동계의 해석이다.
한편 지난 2016년 당시 대구상공회의소가 지역 내 300인 이상 사업장 41곳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 도입 여부를 조사해보니 응답 사업장 중 39%는 시행 중이었고 19.5%는 도입 계획을 두고 노사 협의 중이라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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