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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일 칼럼] '법무부 인사검증'에 대한 우려

경희대 교수

노동일 경희대 교수
노동일 경희대 교수

정부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여러 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선택이라고 본다. 정권교체 후 정부 초기 '허니문 기간'이라 어지간하면 새로운 정책을 존중하고 싶다. 하지만 가감 없는 비판 역시 정권의 순항을 위해 필요하다고 믿는다. 역대 정부와 마찬가지로 현 정부의 성공 여부 또한 우리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고위 공직자 인사 검증은 인사혁신처가 그 권한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위탁해 민정수석실이 담당해 왔다. 윤 대통령의 공약인 민정수석실 폐지가 현실화되면서 민정수석실의 인사 검증 업무를 법무부에 맡긴다는 것이다. 필요한 경우 행정 권한을 다른 부처에 위탁할 수 있도록 규정한 정부조직법에 따라 인사혁신처가 법무부에 권한을 위임하는 것이기 때문에 별도의 법 개정이 필요 없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그렇다면 당장 의문이 든다. 인사혁신처 대신 인사 검증을 하던 민정수석실을 없앴다면 왜 법부무에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야 하는가 말이다. 인사혁신처가 고유의 업무 권한을 회복하도록 하는 게 정도요, 순리가 아닌가.

법무부 인사 검증은 정부 조직 원리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고유의 국가행정사무를 수행하기 위해 기능별로 설치한 기관은 '부', 여러 부에 관련되는 기능을 통합하는 참모적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은 '처'여야 한다. 법무부는 "공직자에 대한 검증을 통상의 부처 업무에 편입시킴으로써 인사 검증의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한다. 논란을 무릅쓰고 법무부에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대신 인사 검증을 통상의 인사혁신처 업무에 편입시킨다면 투명성을 더욱 획기적으로 제고하는 계기가 될 것이 분명하지 않은가.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도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도 비슷한 언급을 한 걸 보면 미국 법무부 산하 연방수사국(FBI)에서 인사 검증 자료를 수집하는 걸 염두에 둔 모양이다. 미국에선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은 백악관 법률고문실이 관장한다. FBI가 백악관의 의뢰를 받아 1차 정보를 수집하지만 법무부 장관은 평소 FBI에 대한 지휘 감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FBI는 사실상 독립 조직이다. FBI 특별조사팀(SPIN UNIT)은 인사 자료를 국세청·회계감사원 등과 교차 검증한 후 이를 백악관으로 보내게 된다. 이 과정에서 FBI는 객관적 사실관계만 적시할 뿐 자체 평가나 분석은 철저히 배제한다. 따라서 "미국도 법무부에서 인사 검증을 담당한다"는 것은 사실과 다소 거리가 있다.

정무적으로도 '법무부 인사 검증'은 현명하지 않다. 개인적으로 소통령, 왕장관 등의 프레임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민정수석을 겸한다는 말도 사실이 아니다. 사정 기관 총괄, 공직자 감찰, 인사 검증 등 '왕수석'의 권한 중 공직자 인사 검증만 담당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가장 주목받는 현 정부 인사임에는 틀림 없다. 전열을 정비한 검찰의 범죄 수사가 본격화할 경우 한 장관은 격렬한 정치권 공방의 핵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야당과 여론의 비판 표적에도 수시로 오를 것이다. 게다가 인사 검증의 경우 성공 사례는 당연하고 실패 사례만 크게 부각된다. 장관이 관리단 업무에 관여하지 못한다 해도 검증 실패는 한 장관이 책임질 수밖에 없다. 한 장관 문제는 고스란히 윤 대통령과 정권의 부담으로 직결될 것이다. 인정하든 안 하든 한 장관은 윤 대통령의 최측근, 현 정권의 상징이 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청와대 이전 등에서 보여 준 윤 대통령의 돌파력과 뚝심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서두르지 말자"는 우리 같은 평론가들의 말을 따랐다면 결국 불가능했을 것이다. 반면 교육부·보건복지부 장관, 식약처장 후보자로 여성을 지명한 것은 유연성이라 해석하고 싶다. 윤 대통령은 여성 부족 등에 대한 여러 경로의 비판을 접하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말했다. 나 역시 능력만이 인사 기준이라는 윤 대통령의 초기 인식에 대해 안배·배려야말로 정치의 문법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같은 맥락에서 다시 한번 유연함을 보여 주기 바란다. 원칙에도 맞지 않고, 실익도 크지 않으며, 정권의 계륵으로 작용할 '법무부 인사 검증'은 재고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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