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로 떠난 '4차산업혁명 청년체험단'은 실리콘밸리에서 하나라도 더 많은 것을 얻어가려는 모습이었다. 청년체험단은 인재가 화수분처럼 끊이지 않고, 수없이 많은 창업이 이뤄지며, 대규모 투자가 일상처럼 진행되는 실리콘밸리를 파헤쳤다.
대구지역 (예비)창업가, 일반인, 대학생 등 20명으로 구성된 청년체험단은 대구시와 경북대 첨단정보통신융합산업기술원의 지원으로 지난 20일 4박 6일 일정으로 실리콘밸리를 방문했다.
이들은 짧은 일정을 쪼개 실리콘밸리 기업지원기관(플러그 앤 플레이 등)과 대학(스탠포드대)을 방문하고 아마존·엔비디아 등 현지기업 재직자와 창업가를 잇따라 만났다.
◆실리콘밸리 환상 깨는 한 마디
청년체험단의 최대 관심은 실리콘밸리의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지에 집중됐다. 외부에서 보는 실리콘밸리의 특징은 수평적인 조직문화, 자유로운 근무체계, 투명한 소통 등이 있지만 현장에서 찾은 답은 달랐다.
아마존에서 PM(프로덕트 매니저)으로 근무하는 에디(한국명 은동호) 씨는 "실리콘밸리의 모든 기업이 수평적인 구조와 투명한 소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며 "실리콘밸리의 본질이자 힘은 각 회사와 창업가가 각자에게 맞는, 일하기 최적의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데 있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한 마디에 단원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인공지능을 전공한 서혜교(경북대 대학원 컴퓨터학부) 씨는 "이곳에 직접 오기 전에는 실리콘밸리를 단순히 자유롭고 수평적인 분위기 등 추상적인 이미지로만 생각했다"며 "현직자의 얘기를 들어보니 실리콘밸리는 자유로운 분위기만큼 자신의 능력을 끝없이 입증해야 하고, 이직이 쉬운 만큼 해고도 쉽다는 이면을 알게 됐다. 실리콘밸리를 겪고 나니 이곳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이정민(경북대 정치외교학과) 씨는 "정해진 답이 있는 게 아니라 최적의 기업·창업문화를 찾는 게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며 "능력이 충분한 사람이 진정으로 창업에 성공할 수 있다는 냉정한 현실을 파악했다. 내가 가진 자원을 극대화해 인생 로드맵을 잘 짜보겠다"고 했다.
재직자와의 만남에선 '우선순위'가 키워드가 되기도 했다. 창업을 준비하거나 직장에서 일할 때,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우선순위를 판단하는 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박상훈(경북대 의생명융합공학) 씨는 엔비디아 폴 신(한국명 신준화) 박사에게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해야만 하는 일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면 좋을지 조언해달라"고 질문했다.
이에 폴 신 박사는 "균형보다는 우선순위가 적절한 단어 같다. 개인적으로 농구를 너무 좋아하지만 결혼하고 나서는 가정의 평화가 중요하다는 우선순위를 정했고 4년간 농구를 안 했다"며 "일할 때도 내가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는지, 자신만의 가치관을 정립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나현(위니텍 사원) 씨는 "실리콘밸리 종사자와 창업자들은 공통적으로 선택과 우선순위의 중요성을 잘 파악하고 있는 것 같았다"며 "직장이든 인생이든 우선순위를 정하는 중장기적인 플랜과 비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즉석에서 투자자 연결 제안하기도
실리콘밸리에서 최대한 많은 것을 배우려는 청년체험단의 열정은 쏟아지는 질문공세로 이어졌다.
끊이지 않는 질문에 강의는 정해진 시간을 넘기기 일쑤였다. 짧고 빽빽한 일정에도 피곤함을 참으며 일어서서 강의를 듣는 모습이 현지 창업가에게 오히려 영감을 주기도 했다.
특강을 맡은 이들도 "진정성이 느껴진다"고 입을 모았다.
현지 창업가로 특강을 진행한 이혜련 ASCENT HEALTH 대표는 "청년체험단이 던지는 질문에서 창업에 대해 깊게 고민한 흔적이 보였다"며 "이런 프로그램에 지원한다는 것 자체가 한발 앞서 나가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대구 창업의 미래가 밝다"고 말했다.
이미 창업한 이들에게서는 고민의 흔적이 엿보였다.
농업회사법인 희망토를 운영하는 서종효 대표는 "실패도 완성으로 가는 과정 중의 하나로 보는, 실패에 관대한 문화가 현재의 실리콘밸리를 만든 가치 중 하나인 것 같다. 이런 곳에서 배출된 창업가가 지역사회에 재투자해 혁신의 사이클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과연 대구는 지금 어떤가'라는 물음을 던지게 됐다"고 말했다.
진현테크설비를 창업한 구태훈 씨는 "창업을 한 뒤 대표를 하다 역량이 부족하다 판단돼 대표직을 내려두고 아이디어를 제품화하는 개발자로 살고 있었다"며 "사업을 키워가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팀'이라는 걸 배웠다. 대표가 전부 다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무엇보다 팀이 중요하고 일을 나누어 할 때 시너지가 폭발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즉석에서 투자자를 연결해주겠다는 파격 제안도 나왔다.
실리콘밸리 공유오피스 위워크 사무실에서 진행된 박기상 CEEYA 대표 특강에서는 투자자를 찾는 경로와 장점을 어필하는 방법 등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특히 사물인터넷을 접목한 가구를 아이템으로 한 예비창업자 기라성 대표는 창업을 앞두고 여러 질문을 던졌다.
이에 박기상 대표는 "투자자들도 각자의 관심과 영역이 다르다"며 "링크드인(Linked in)으로 연락하면 적절한 투자제안을 해줄 만한 사람을 찾아보겠다"고 적극 나섰다.
모든 일정을 지켜본 현지 가이드는 "이런 프로그램을 하면 대충 강의를 듣고 끝내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시간을 연장하는 경우는 처음 봤다"며 "이대로라면 대구에서도 실리콘밸리 못지않은 성공한 창업기업이 나올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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