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앞으로 다가온 대구경북(TK)의 제8회 지방선거가 '노잼 선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전국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치인 20.62%에 달하는 가운데서도 대구는 14.8%에 그치며 '전국 꼴찌'를 기록하면서다.
TK는 대선 이후 보수 성향이 더 짙어지면서 일찌감치 국민의힘 중심의 선거 구도가 잡힌데다, 이에 대항해야 할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마저 지리멸렬한 모습만 연출하며 아예 이번 선거를 외면하는 시민들이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8일 오후 8시를 기해 이번 지방선거 사전투표를 마감한 결과 최종 20.62%의 투표율로 역대 지선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와 비교해봐도 0.48%포인트 더 높은 사전투표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대구는 예외였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대구의 사전투표율은 14.8%로 가장 낮았다. 심지어 4년 전 지방선거(16.43%)와 비교해서도 1.63%p 더 줄었다. 반면 사전투표율이 가장 높았던 전남은 31.04%에 달했다.
국민의힘의 압도적 우세 속에 민주당이 부진하면서 무투표 당선자가 속출하는 등 일찌감치 김빠진 선거가 예고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대구는 구청장 2명(중구·달서구)과 시의원 20명, 비례대표를 포함한 구·군의원은 9명이 단독 입후보해 무투표 당선됐다. 이 가운데 구·군의원 2명을 제외하면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었다.
그나마 경북은 23.19%로 평균 이상의 사전투표율을 기록하며 선방했지만, 역시 4년 전(24.46%)보다는 1%p 이상 감소한 수치라는 점에서 선거 열기 탓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내부 갈등이 벌어진 경산·군위·의성, 도의원 선거에만 관심이 높은 영양 등지에서 사전투표율이 높았다는 점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 대항마 역할을 하며 선거 분위기를 끌어올려야 할 민주당 후보들은 가까스로 봉합된 윤호중·박지현 두 비대위원장의 내분으로 한동안 속만 끓여야 했다. 가뜩이나 불리한 전장인 TK에서 중앙당의 전폭 지원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오히려 중앙 이슈로 인해 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전언이다.
TK 민주당 소속 한 지방의원 후보자는 "험지를 넘어선 사지(死地)대구에서 고군분투하는데 뉴스를 볼 때마다 힘만 빠졌다"며 "대구시당부터 내홍으로 '원팀'이 제대로 안 된 상황에서 중앙당까지 이러면 안 되지 않느냐. 얼마 전에는 유세 때 오히려 국민의힘 지지자라는 분이 '너희 당 요즘 괜찮느냐'고 걱정해주더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TK 유권자는 사전투표보다 본 선거일에 투표하는 쪽을 선호해왔다는 점에서 최종 투표율은 변동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매일신문이 대경미래발전포럼과 공동으로 지난 23~24일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대구 유권자 1천1명을 상대로 진행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 응답자의 83.5%는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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