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잃어버린 엄마의 미소 되찾고 둔치 함께 걸을 수 있을까…

가정폭력·외도로 이혼한 엄마, 어린 아들 돌보느라 건강 뒤로 한 채 생계유지
악착같이 공부시켜 대학 보냈지만 뒤늦게 탈 나… 항생제 내성균치료까지 받아
낙상사고로 몸도 마비…졸업 1년 앞두고 휴학한 아들, 쌓여가는 병원비에 절망만

이현우(가명·23)씨가 엄마가 없는 텅 빈 방안에 홀로 앉아있다. 김세연 기자
이현우(가명·23)씨가 엄마가 없는 텅 빈 방안에 홀로 앉아있다. 김세연 기자

"엄마, 답답해도 조금만 참아. 얼른 회복해야 산책도 가지. 먹고 싶은 건 없어?"

휴학 중인 대학생 이현우(가명·23) 씨의 하루는 병원에 있는 엄마 김수연(가명·64) 씨의 몸 상태를 확인하는 전화로 시작한다. 아빠 노릇까지 해내며 홀로 자신을 키운 엄마가 어느새 이렇게 약해졌는지. 엄마를 위해 이 씨가 할 수 있는 일은 평소 엄마가 즐겨 먹던 카스테라와 요플레를 챙기는 것뿐이다.

전화를 끊고 나면 홀로 집에 있는 이 씨의 생각은 많아진다. 작은 전셋집이지만 엄마와 추억이 가득해 고개만 돌리면 엄마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 하지만 현실은 차갑기만 하다. 고개를 몇 번 휘젓다 이 씨는 인력사무소에서 일용직을 알아본다. 이 씨는 오늘도 편의점에서 끼니를 때우고 물류 센터로 향한다.

◆남편과 결별 후 병에 사고까지

김 씨도 고된 생을 살았다. 첫 번째 결혼에 실패한 그는 재혼에 이 씨를 낳았다.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두 아들과, 막내 이 씨까지 합쳐진 새로운 가정에서 그는 단란한 생활을 꿈꿨다. 하지만 행복은 짧았다. 남편의 외도와 가정폭력 때문이었다. 남편은 술만 먹으면 어린 아들 앞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김 씨를 폭행했다.

아들마저 엇나갔다. 첫째 아들은 중학교 중퇴 후 정신 질환으로 은둔 생활을 시작했기에 첫 번째 남편에게 보냈다. 둘째 아들은 중학교 당시 집을 나가 연락이 두절됐다. 결국 김 씨는 5살 이 씨를 데리고 두 번째 남편 곁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어린 아들과 살아야했기에 김 씨는 세탁소, 식당 등 갖은 일에 뛰어들었다. 그렇게 20여 년 동안 제 건강은 뒤로 한 채 생계유지에만 몰두했다. 악착같이 아들 공부도 시켰고 대학도 보냈다. 결국 뒤늦게 탈이 났다. 60세가 됐을 무렵, 몸에서 이상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관절염, 골다공증, 고혈압, 고지혈증에 면역력까지 저하돼 항생제 내성균치료까지 받아야 했다. 몸은 빠른 속도로 망가졌지만 타지에서 공부하는 아들을 위해 엄마는 버텼다.

하지만 불행은 계속 됐다. 지난해 11월, 김 씨는 집으로 올라가던 중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사고로 김 씨는 척추와 머리를 크게 다쳐 두 다리는 마비됐다. 이제 그의 손가락도 팔도 어느 하나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엄마 치료비에 꿈도 포기할 수밖에

졸업을 1년 앞두고 이 씨는 휴학을 선택했다. 당장 눈앞에 쌓이는 막대한 엄마 병원비를 해결해야만 했다. 당장 입원비로 매월 100만~200만원의 돈이 필요했다. 본인의 학비와 생활비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게 됐다.

일터에 뛰어들었지만 쉬지도 못한 채 12시간 남짓 꼬박 일해도 이 씨의 손에 쥐어지는 일급은 고작 14만원. 목을 조여 오는 빚더미에 대출에 손을 대면서 700만원의 빚까지 짊어졌다. 이대로 가다간 엄마의 퇴원도, 자신의 졸업도 허망한 물거품으로 돌아갈 것 같은데 해결할 방법은 도무지 모르겠다.

이 씨는 엄마의 손가락이 하나 만이라도 제대로 움직여 전동 휠체어를 타는 게 소원이라고 했다. 재활이 시급하지만 항생제 내성균 치료 때문에 김 씨는 현재 격리 중이다. 당장 재활을 시작한다고 해도 언제 마비된 몸이 풀릴 지 기약이 없다.

사회복지학이 전공인 이 씨는 정신건강사회복지사가 꿈이다. 자신의 도움이 힘든 누군가를 웃게 만드는 다는 것이 큰 기쁨으로 다가온다. 이제 이 씨의 목표는 단 하나. 남의 웃음이 아니라 '엄마의 미소'를 되찾는 것이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날이면 늘 엄마와 둔치를 함께 걸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는 이 씨. 그토록 소박한 일상이 그리워 이 씨는 한참을 멍하니 회상에 잠겼다 다시 일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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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 내역]

◆전 재산 사기 당한 후 다시 일어섰지만 백혈병 진단받은 김동년 씨에게 2,443만원 전달

매일신문 이웃사랑 제작팀은 30년간 공장에 다니며 홀로 모은 전 재산 후배에게 사기 당하고 다시 열심히 살아보려했지만 백혈병 진단 받고 일을 할 수 없는 김동년(매일신문 5월 17일 자 10면) 씨에 2천443만7천221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에는 ▷극동특수중량(김형중) 5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신종욱 2만원 ▷김강현 1만1천원 ▷김성옥 1만원 ▷이장윤 2천원 ▷'따스한햇살' 5천원 ▷'김명숙도움' 3천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픈 딸과 어린 손자 홀로 돌보다 사고까지 겹친 새터민 박정임 씨에 2,105만원 성금

북한에서 아들들과 생이별하고 남한에 온 뒤 홀로 지적장애 딸과 어린 손자를 돌보는 새터민 박정임(매일신문 5월 24일 자 10면) 씨에 44개 단체, 158명의 독자가 2천105만9천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 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건화문화장학재단 200만원 ▷DGB대구은행 100만원 ▷세무법인송정 1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100만원 ▷㈜태원전기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정수철)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구미현대병원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재)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삼이시스템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태광아이엔씨(박태진) 10만원 ▷㈜천마자동차전문 10만원 ▷김영준치과 10만원 ▷달서구약사회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최우진) 10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10만원 ▷원일산업 10만원 ▷혜민학원(조현모)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봉란옥(이순자)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이전호세무사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제이에스테크(김혜숙) 5만원 ▷중명산업주식회사(김재홍) 5만원 ▷채성기약국(채성기)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흥국시멘트상사 5만원 ▷국민국선도평리수련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청산(우창하) 3만원 ▷대원전설(전홍영) 2만원 ▷하나회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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