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 열 집 중 아홉 집은 어르신들이 살고 있다. 이들은 대체로 건강이 좋지 않고, 기운없이 겨우 생활을 유지하다가 주말에 자녀들이 찾아오면 활기를 찾는다. 젊은이들이 마을에 함께 살고 있으면 그나마 생기를 찾을 수 있겠지만, 시골에는 찾아보기 힘든 일이 됐다. 어린아이 울음소리도 사라진지가 오래 됐다.
옛 농경시대는 노인이 자식의 봉양을 받고 살아 왔지만, 현 시대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겹치면서 쉽지 않은 일이 됐다. 더욱이 부모가 건강할 때는 자식들이 서로 챙기다가, 부모가 거동이 불편해지고 자식에게 의지할 형편이 되면 그땐 서로 모시지 않으려고도 한다. 아직 요양원 갈 시기가 아닌데도, 신경 쓰기 싫다는 속내를 잘 모시겠다는 이유로 포장해 요양원에 맡겨버린다.
세종 때 간행된 삼강행실도 '원각경 부편'에 실려있는 예를 보면, 아버지가 아들에게 지게로 늙은 할아버지를 산에다 버리고 오라고 했다. 그랬더니 지게는 버리지 않고 다시 가져온 것이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지게를 왜 다시 가져왔냐고 물었더니 이 다음에 늙은 아버지도 버리려면 지게가 필요하다고 했다. 아버지가 그 소리를 듣고는 아들에게 다시 가서 할아버지를 모셔오라고 하고는 효성 지극하게 잘 모셨다는 이야기다.
나는 부모에게 잘못해도, 내 자식은 내게 그렇게 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인간이다. 한 부모는 열 자식을 다 거느리고 살 수 있는데, 열 자식은 한 부모를 모시지 못해 갈등을 빚는다.
조상보다는 부모를, 부모보다는 자식을 선호하는 이들이 많으며, 힘드는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하는 시대다. 고령화된 부모들이 일궈놓은 터전에서 잘 살고 있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현실 속에 외롭게 숨져가는 노인들은 스스로 감내해야 할 뿐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늙음도 고통이라고 단정하셨다. 그렇다고 빠르게 가는 세월을 원망하면서 괴롭게 늙음을 자초할 필요는 없다. 힘이 있을 때까지는 순간순간 소중한 시간을 스스로 만들며, 지나간 세월, 사회에 헌신한 자취들을 바라보면서 흐뭇해하며 이겨내야 한다.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나이가 들면서 눈이 침침한 것은 필요 없는 작은 것은 보지 말고 필요한 큰 것만 보라는 것이며, 귀가 잘 안 들리는 것은 필요 없는 작은 말은 듣지 말고 필요한 큰 말만 들으라는 것이고, 이가 시린 것은 연한 음식만 먹고 소화 불량 없게 하려는 함이고,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운 것은 매사에 조심하고 멀리 가지 말라는 것이며, 머리가 하얗게 되는 것은 멀리 있어도 나이든 사람인 것을 알아보게 한 것이며, 정신이 깜박 거리는 것은 살아온 세월을 다 기억하지 말라는 것이다. 지나온 세월을 다 기억하면 아마도 머리가 휑할 터이니 좋은 기억, 아름다운 추억만 기억할 일이다. 바람처럼 다가오는 시간을 선물처럼 받아들여 가끔 힘들면 한숨 한번 쉬고 하늘을 보라. 멈추면 보이는 것이 참 많다"고 했다.
누가 나를 책임져주는 시대가 아니다. 본인 스스로 경제적, 정신적인 대비를 충만히 해서 자신을 바로 볼 수 있는 힘이 생길 수 있도록 지혜를 갖춰야 한다. 또한 종교에 의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영적인 의지처를 두는 것은 불안한 요소를 잠재우고, 사후 세계에 희망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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