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청와대 주변의 길은 언제나 2인조 사복 경찰들이 철통 경계하여 숨소리조차 조심스러웠다. 이제 날 선 공기들은 일시에 햇살 속으로 사라졌다. 개방된 지 일주일, 나를 맞이하는 것은 분수대 중앙에 선 봉황이었다. 긴 꼬리 늘어뜨리고 날개 활짝 펼치며 창공을 바라보는 봉황! 청와대는 축제와 함께 서민의 삶 속으로 불쑥 들어왔다. 개장 축하 행사는 시끌벅적하고 왁자지껄하며 신바람이 났다.
다음날부터는 관저 내부가 방영되고, 열린음악회도 열렸다. 춘추관 포토존에서 활짝 웃는 아들과 아빠가 뉴스에 등장한다. 개방은 전광석화처럼 진행되었다. 석불 앞 불전함이 훼손됐다는 소식을 듣고는 인근 조경도 훼손될까 걱정스럽지만, 이런 염려는 기우이기를 바랄 뿐이다. 이제 현대 건축물을 잘 보존하고 홍보하는 것은 우리 국민 몫이다.
현대의 살아있는 역사를 개방하는 것은 드물다. 앞으로 귀한 청와대는 종합예술의 집약 처로 거듭나야 하리라. 조경과 건축과 조각과 역사의 풍부한 이야기는 살아있다. 이 무한한 내적 자산을 잘 가다듬어 표현해야 하리라.
영빈관에는 정상들의 만남이 남긴 기념품들과 대통령이 외국 순방길에 받은 선물들을 전시함으로 실감 외교를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 전시품들은 외국인 관람객들에게 자국 정상의 흔적을 만나게 할 것이다. 그래서 대한민국이 세계인들의 이웃임을 홍보할 수 있으리라.
사저에는 역대 영부인의 가구와 살림살이를 전시하면 어떨까. 역대 대통령 가족에 대한 호기심과 친밀감을 자극하여 대통령을 가족같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애장품이나 애장 예술품 전시와 마당 한쪽의 장독과 텃밭도 보존하여 상추나 고추나 대파가 자라고 있으면 좋겠다.
인공지능(AI)과 메타버스를 접목해 과거의 광경 속에 관람객이 들어가는 공감 콘텐츠도 제안한다. 나는 어머니 같은 육영수 여사와 만나서 대화하고 싶다. 그리고 관저의 현관에서 AI 대통령이 나를 맞이한 후 악수하면 어떨까. 그것도 만나고 싶은 대통령이면 더 좋겠다.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의 만찬을 통역한다면, 춘추관에서 대통령께 질문한다면, 침류관에서 딸의 풀루트 연주와 계곡 바람의 합주를 들을 수 있다면, 넓은 잔디밭에서 시화전도 할 수 있다면. 상상은 끝이 없다.
대통령 취임식 단상에 오른 걸개에 어린이들이 그려놓은 영웅들처럼 감동을 주는 그림이 걸리면 좋겠다. 그리고 청와대 정문 건너편에 있는 신무문을 통해 경복궁의 역사와 공간과 의미를 연결하면 좋은 콘텐츠가 되리라. 산이 병풍처럼 둘러앉아 소리가 울려 퍼지므로 행사 확성기의 적정 데시벨로 소음을 줄일 필요도 있으리라.
청와대가 우리의 것이 되어 참 좋다. AI 봉황이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청와대의 숲과 하늘과 정원을 상상한다. 긴장을 훌훌 벗고 날아올라라 봉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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