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쇄신이 말장난으로 변질되고 있다. 최근에는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주장한 86세대 용퇴론이 마법처럼 용해되더니 며칠 사이 말이 서너 번도 더 바뀐다. 그가 쇄신안을 내놓으니 합의된 게 아니라고 부정한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직후 쇄신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고는 '추적단 불꽃'에서 활약한 MZ 세대 박지현을 공동비대위원장에 앉혔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을 보면 그를 왜 데려온 건지 헷갈린다.
바꾸겠다고 하지 않았나. 박 위원장이 주장한 '86 용퇴론'은 새로운 것도 아니다. 민주당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나온 얘기다. 정작 실현된 적이 없었다. 외려 기득권만 공고히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진정성이 옅으니 당장의 위기만 넘기자는 임기응변식 대응이 잇따른다. 난데없는 김포공항 이전 공약에 진정성이 있는가. 당내에서도 엇박자에 장단을 못 맞춘다. 민주당 제주 지역구 의원들은 '김포공항 이전 공약 반대'라며 한목소리를 냈다. 쇄신을 말하던 민주당의 현주소다.
이 상황을 가장 답답해하는 건 지역에서 민주당 간판을 걸고 출마한 후보들이다. 역량을 갖춘 인재들조차 민주당이라는 이유로 욕을 먹고 있다. 벽보 훼손은 약과다. 서재헌 대구시장 후보의 선거운동원이 행인들에게 욕설과 폭행을 당했고, 강민구 수성구청장 후보는 젊은 청년에게 심한 욕설을 듣기도 했다. 오죽하면 민주당 대구시당에서 운동원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겠다고 했겠나. 말로만 쇄신하는 모습이 반복되면 이들이 설 자리가 없다.
국민들은 진정성 있는 쇄신이 뭔지 알고 있는데 민주당만 모르는 것처럼 보인다. 진정성은 역지사지에서 온다. 팬덤 정치가 민주당을 좀먹고 있다는 박지현 비대위원장의 현실 인식은 적확하다. 반대 세력에 좌표를 찍어 떼로 몰려드는 팬덤 정치는 민주주의 발전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민주당은 쇄신을 위한 지적들을 진지하게 반추해야 한다. 쇄신마저 구색 맞추기로 끝낼 수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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