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요일 아침] ‘십년지기’ 대구와 케이메디허브

양진영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

양진영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
양진영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

대구시와 케이메디허브(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가 한길을 걸은 지 10년이 넘었다. 대구시가 적극적으로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유치했고, 이에 보답하려고 케이메디허브는 전국적 클러스터임에도 대구를 먼저 챙기는 일에 최선을 다해 왔다.

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이 설립된 역사부터 살펴보자. 2005년 차세대 국가 성장동력으로 의료산업을 선정한 후,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설립하기로 하자 전국 지자체들이 뛰어들었다.

서울은 인력과 경제가 집중된 곳임을 내세워 유치를 희망했다. 경기도는 서울보다 땅값이 싸고도 서울에서 가까운 경기도가 좋다고 했고, 강원도는 원주를 중심으로 의료기기 기업들이 많다고 자랑했다. 오송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질병관리청 등이 몰릴 보건의료행정타운이 있는 곳에 생명과학단지를 완성해야 한다고 했다.

대구는 메디시티협의회의 지원 아래, 대구에서 연구개발한 제품은 지역 병원들이 우선 사용할 것을 약속하는 의사 서명을 담아 유치를 호소했다. 열기가 뜨거워지던 때, 대구가 승부수를 던졌다.

사실 초반까지만 해도 대구는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에 불리했다. 서울에서 거리가 멀면서도 광역시라 땅값이 비쌌기 때문이다. 지금도 입주 기업의 분양가를 비교하면 대구가 오송 땅값의 4배다.

2009년 첨단의료복합단지 입지 선정에서 대구가 1위를 차지한 결정적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의료기기는 개발해도 시장 진입이 힘든 점이 문제인데, 대구에서 개발한 제품이라면 지역 병원에서 우선 사용해 주겠다는 의료진의 약속을 이끌어 낸 점이다.

둘째는 주어진 국가 예산에 더해 대구시 예산까지 운영비로 지원하겠다던 파격적인 약속이었다. 정부가 4조 원을 투자한다니 모든 지자체가 주어진 예산을 얼마나 잘 사용할 것인지 설명하기 바쁜 와중에 나온 허를 찌르는 제안이었다.

이런 대구시의 노력으로 대구는 1위를 차지해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유치할 수 있었다. 또한 충북도가 오송재단에 운영비를 지원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지원에 힘입어 케이메디허브도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지난해 9월 1일 '보로노이'라는 기업이 미국 '브리켈 바이오테크'란 기업에 3억2천만 달러(약 3천800억 원) 규모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를 기술수출해 화제였다. 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후보 물질 중 하나는 대구시 출연금 사업에서 시작된 연구 성과를 케이메디허브가 기업에 기술이전해 발전시킨 물질이었다.

5천만 원짜리 연구과제에서 3천800억 원짜리 후보 물질을 만들어 냈으니, 대구시의 투자는 7천 배의 이익을 거둔 셈이다.

대구시가 지원한 만큼 케이메디허브는 성과를 만들어 내려 노력했다. 100여 개 입주 기업을 챙기는 일에 앞장서고, 수시로 직접 찾아가 목소리를 듣고 있다.

그 덕분에 어떤 기업은 2년 만에 수출액이 160배 증가하는 성장세를 보였다. 개발을 지원해 준 호흡기 치료기가 미국 CES에서 혁신상을 받는가 하면, 특정 입주 기업 멸균기는 비미국계 기업으로는 최초로 미국 FDA 인증을 받아 냈다.

최근에는 입주 기업을 넘어, 대구에 있는 의료기업이라면 어디든 방문해 협력할 방법을 모색 중이다. 휴스타 사업과 지역 약학대 실무 실습 등 인재 교육에도 힘써 3천644명의 전문 인력을 키워 냈다.

7월 초에는 국제의료기기전시회를 열어 의료산업계를 대구로 모으고, 2년 뒤 의료기술시험연수원을 완공해 국내 보건의료인이 의료기술 연수를 위해 대구를 찾도록 준비 중이다.

대구의 동쪽 끝에서 대구를 비출 태양을 띄우려고 케이메디허브는 10년을 한결같이 뛰어왔다. 케이메디허브가 설립 10년 만에 지금만큼 자리 잡은 것은 그동안 대구시가 전폭적 믿음과 지지를 보여준 덕이다. 또한 케이메디허브도 대구를 메디시티로 만드는 데 전력을 다해 왔다. 앞으로도 양측의 협력이 계속되어 대구를 의료산업 허브로 만들기 바란다.

오늘은 대구시장을 새로 뽑는 지방선거 날이다.

당선인은 2026년 6월까지 4년간 대구시를 책임지고 이끌게 된다. 새로운 시장은 새로운 업무 계획들이 많겠지만, 그동안 공들였던 의료 분야에도 관심을 버리지 말아 주길 바란다. 대구의 동쪽에서 400여 명의 과학자가 항암제 등 신약과 MRI 같은 의료기기를 개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의료산업은 분명 10년 뒤 대구를 먹여 살릴 효자로 자라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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