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태 경북대 의대 교수는 지난달 30일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에서 '전염병의 역사로 보는 포스트 코로나'라는 주제로 강연을 열면서 처음 겪는 '미지의 바이러스'를 극복하고, 이후 또 다른 신종 감염병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자강불식'의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스로 단련해 어떤 시련이나 위기가 닥쳐도 흔들리지 않는 자세를 지녀야 신종 감염의 공포·혼란 속에서 '무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국내에서는 지난 2020년 처음 시작된 코로나19 경험을 두고 5가지 무기를 얻을 수 있었다고 했다. 이는 ▷백신 ▷항바이러스 치료제(바이러스 감염질환을 치료하는 약물) ▷개인 방역 ▷사회적 거리두기 ▷중증환자 관리 의료체계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이번 코로나19로 안정적인 의료체계, 정보의 투명성, 돕고 살아야 한다는 마음, 안정적인 방역 정책의 중요성을 시민들이 많이 느꼈다"고 덧붙였다.
신종 감염병이 일어나는 주기는 현대에 와서 짧아지고 있다. 사스·신종플루·에볼라·지카 바이러스·메르스·코로나19는 20년 안에 발생한 감염병이다. 이 교수는 "인구가 증가하고 도시를 이루면서 밀집도가 높아졌다"며 "세계 교류가 쉬워지고 새로운 환경에 노출될 가능성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호발 지역의 의료인이 부족해 초기 대응이 어려워지거나, 불안하고 확인되지 않은 정보의 급속한 확산이 쉬워져 대응을 어렵게 하는 이유도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감염병은 언제부터 있었을까. 이 교수는 "감염병은 사람들이 모여 농경생활을 하고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생겨나기 시작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감염병의 첫 기록은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기원전 431~404년 아테네와 스파르타 사이에서 일어났던 펠로폰네소스 전쟁 당시 상황을 묘사한 부분에서 나타난다. '머리부터 심한 고열, 눈 충혈, 목·혀의 염증이 주민들에게 일어났다'는 '아테네 역병'으로 주민의 3분의 1가량을 잃게 됐는데, 현대에서는 이 병을 '장티푸스'로 추정하고 있다.
풍토병에 그치던 감염병들은 '대항해 시대' 개막으로 전 세계로 연결됐다. 이 교수는 "이 당시 사람들은 자신이 수많은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는 것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라며 "대항해 시대에 본격적으로 유럽에서 배를 타고 아프리카·아메리카 대륙으로 가기 시작하면서 바이러스도 함께 퍼지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 당시 천연두, 홍역, 인플루엔자 감염으로 신대륙 인구의 급격한 감소가 일어나지만, 질병에 대한 전통적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감염병에 대한 인류의 진일보도 있었다. 영국 에드워드 제너의 종두법(1789년)이 시행되면서다. 천연두의 면역성을 갖게 하는 일종의 백신을 만든 것이다. 다만 이 교수는 "이 당시 영국 사회의 반발이 심했다"며 "질병은 하늘이 내려준 벌이라는 관념이 팽배하던 시대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콜레라의 경우, 전염병 역학과 공중위생 사상을 발전시켰다고 했다.
인류는 신종 감염병을 하나둘씩 겪으면서 반드시 무언가를 배웠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감염병은 '세상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려준다"며 "이를 통해 새롭게 만나게 될 감염병에 대한 대응 방안 등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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