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군위·의성 거소투표 부정 의혹, 철저한 수사를

경북 군위와 의성에서 6·1 지방선거 거소투표 부정 의혹이 불거졌다. 경상북도선거관리위원회는 주민 5명의 거소투표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거소투표 신고서를 직접 서명 또는 날인해 면사무소에 제출한 혐의로 군위군 이장 A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다른 이장 B씨는 거소투표 대상자인 마을 주민 몰래 투표한 뒤 투표용지를 선관위로 발송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의성에서도 마을 이장이 유권자에게 특정 후보자 기표를 권유하거나 대리투표했다는 등 비슷한 의혹이 제기됐다.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다.

거소투표란 병원이나 요양소, 교도소, 자택 등 자신이 머무는 곳에서 기표한 후 투표용지를 우편으로 발송하게 해 투표권 행사와 편의를 보장하는 제도다. 유권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거소투표 제도를 이용하는 것은 유권자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중대 범죄행위다. 하지만 마을 이장 등이 특정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부정행위를 할 수 있는 게 거소투표의 맹점이다.

거소투표 부정 의혹이 과연 군위·의성만의 일이겠느냐는 의문도 나온다. 투표 과정을 감시하는 장치가 없어 대리 투표나 매표의 소지가 적지 않은 탓이다. 거소투표는 투표 참관인이 없는 상태에서 비밀투표, 직접투표 등 선거 원칙이 지켜지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거소투표 신고 사유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지만 신체에 중대한 장애가 있어 거동할 수 없는 유권자의 경우 거소투표 신고 확인을 통·리·반의 장이 하도록 되어 있어 이들이 자의적 판단을 하는 등의 문제가 있다.

거소투표 부정 의혹으로 선거 이후 투표 결과 자체에 불신이 생길 수 있다. 근소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면 거소투표 신뢰성을 두고 논란이 발생할 여지가 크다. 고령화로 거소투표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거소투표 부정을 막을 대책 마련이 급하다. 경북선관위와 경찰은 이번 거소투표 부정 의혹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해 의혹을 없애야 한다. 배후 세력이 있었는지 여부도 밝혀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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