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이나 연습실을 소유하지 않은 극단은 공연을 준비할 때마다 연습 장소를 대관해야 한다. 혹은 연습실을 소유하고 있더라도 공간이 협소해 공연의 규모에 따라 연습 장소 대관은 필수다. 대구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연습실은 좋은 시설과 저렴한 대관료 덕에 인기가 많아서 성수기에는 대관을 하는 것이 꽤 어려운 편이다.
지난해 여름,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서 대명공연거리 인근에 꽤 괜찮은 연습실을 마련했다. 다만 직전까지 사찰이었던 곳이라 손봐야 할 것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았던 우리는 대부분의 공사를 직접 하기로 했다. 기존에 설치되어 있던 벽, 바닥 등 구조물들은 건물주가 철거해주기로 했지만, 기대했던 것처럼 깔끔하지는 않았다. 결국 남아있는 잔재들을 마저 철거하고 청소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했다.
처음엔 눈앞이 캄캄했다. 7~8월 대프리카의 여름이 절정에 달했던 때에 선풍기 하나에 의존해서 진행되는 공사는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청소와 공사를 하며 나온 먼지로 마스크 속 얼굴은 마치 굴뚝에라도 들어갔다 나온 마냥 검댕으로 뒤덮였고 온몸은 땀에 절어 거지 몰골이 따로 없었다. 끼니는 먼지와 페인트 냄새를 피해 야외 테라스 바닥 땡볕 아래에 주저앉아 허겁지겁 해결했다.
단원들 모두 각자 공연 일정들로 한창 바쁘던 때여서 우리는 시간을 쪼개서 틈틈이 공사를 이어갔다. 그러다 보니 한여름에 시작된 공사는 롱패딩을 꺼내 입고 나서야 조금씩 마무리가 되어갔다. 대부분의 가구나 집기들은 '당근마켓'을 통해 저렴하게 구해서 채워 넣었다. 단원들의 땀방울로 만든 연습실의 모습이 조금씩 완성돼갔다. 마지막 청소를 마치고 처음으로 연습실에서 공연 연습을 하던 날, 우리 모두의 가슴은 뜨거워졌다.
설레는 마음으로 자체 공모와 투표를 통해 연습실 이름을 '헛간'으로 지었다. 극단 이름인 '헛짓'과 잡동사니를 모아두는 공간을 합친 이름이었다. 투박하면서도 소박한 누구나 언제든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기를 소망하는 모두의 마음이 스며들어있다.
이제 정말 길고 긴 공사와 정리가 마무리되어 가고 곧 정식 오픈을 앞두고 있다. 이제 공연 연습을 편하게 할 수 있다는 기대감보다 우리처럼 적은 예산으로 공연을 제작해야 하는 공연예술인들에게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연습 공간이 되길 바라는 기대감이 더 크다. 누구나 언제든 헛간의 문을 두드려 주시기를 기다리며 극단의 대표 레퍼토리 공연인 '혜영에게'의 대사 한마디를 남겨본다.
"저는 내일도 여기에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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