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22개월 ‘선거 휴지기’ 과감한 개혁으로 나라 근간 다져야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났다. 국민의힘은 선거에서 막 승리한 정당으로는 이례적으로 '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이준석 대표는 "2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대비해 당원 민주주의와 공천 제도에 관한 정당 개혁과 정당 쇄신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에는 "오늘로 총선이 678일 남았습니다"라고 적기도 했다. 참패한 더불어민주당은 지도부 총사퇴를 밝혔다.

정당 입장에서는 앞 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다음 선거를 생각하는 것이 우선일 수 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들이 많다. 먼저 우리 사회의 '정치 과잉' 열기를 식히는 작업이 필요하다. 지역 일꾼을 뽑는 이번 지방선거도 '대선 후반전' 같은 양상으로 펼쳐졌다.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지 30년이 지났지만 '지방자치'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중앙 정치 구도가 지방선거에서 전개됐다. 차제에 '지방선거'가 '중앙 정치'가 아닌 '지방자치'의 밑거름이 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기초의회, 기초단체장 등에 대한 정당 공천제 폐지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언급대로 2024년 4월 총선까지 약 670여 일 동안 선거가 없다. '불 화산 같은 정치' 시대에 귀한 휴지기(休止期)를 맞이한 것이다. 정부와 여야 모두 이 기간을 알뜰히 써야 한다. 국민들이 당장은 싫어하지만, 우리 사회 근간을 유지하기 위해 단행해야 할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연금, 교육, 노동 개혁은 하루라도 빨리 착수해야 한다. 노조 눈치를 보느라 기업을 적대시해 온 산업 규제나 정책도 손봐야 한다. 선거를 의식해 풀어온 '국민 지원금' 관행도 끊어내 국민 의식이 좀 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새롭게 임기를 시작하는 지방자치단체장들과 지방의회 의원들도 지방자치에 충실하면서 정부의 개혁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동참해야 한다. 여야를 넘어, 개인적 인기를 넘어,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한국 사회를 건설하는 일에 온 힘을 보태주기 바란다. '선거 휴지기' 동안이라도, 욕 먹을 각오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정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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