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완패에 가까운 성적을 거뒀다. 광역단체장 17석 가운데 12석을 국민의힘이 차지했다. 경기지사 선거 결과도 사실상 후보자 개인 능력으로 볼 수 있다. 4년 전 대구경북, 제주 외 전 지역을 민주당이 싹쓸이했던 걸 떠올리면 상전벽해다. 국민들이 단단히 마음먹고 회초리를 든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직후부터 쇄신을 말했다. 하지만 말장난에 가까웠다. 현실성 없는 지방선거 공약 남발도 남세스러웠다.
대구경북에서도 20% 지지율이 한계였다. 그러나 고정 지지층이 있었기에 훗날을 도모할 수 있게 됐다. 특히 기초의회에서는 견제구를 던질 수 있게 됐다. 중선거구제에서 집중도 높은 지지로 대구에서만 28석을 확보했다. 4년 전 50석에 비하면 반 토막이다. 최악의 경우 전멸을 우려한 걸 감안하면 기사회생이다. 2010년 4석, 2014년 13석에 비할 바 아니다. 이번에 당선된 28명은 종자 씨앗 역할을 할 일꾼들이다. 민주당으로서는 이들의 임무가 막중하다.
20% 지지율은 민주당이 대구경북에서 확인한 저항선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집행부를 어떻게 견제하고, 쇄신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또 달라질 것이다. 민심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바람 탓을 할 것도 아니다. 국민의힘 바람이 분 서울에서도 실력을 입증한 민주당 기초단체장들은 재선택을 받았다. 대구경북에서 민주당은 어땠나. 2018년 지방선거 대약진 이후 인물을 제대로 키웠는지 장담하기 어렵다.
앞날을 기약하려면 나아갈 방향은 자명하다. 바닥 민심을 다지는 한편 장기간에 걸쳐 인재를 길러야 한다. 생활정치에 더 뿌리내릴 수 있도록 활동 방향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지역 일꾼들도 끊임없이 중앙당에 지역 맞춤형 공약과 노선을 요구해야 한다. 다음 선거인 총선까지 22개월, 다음 지방선거까지는 4년이 남았다. 총선에서 결과를 내기에 충분한 시간은 아니다. 다음 지방선거에서 신뢰도를 회복할 시간으로는 차고 넘친다. 민주당은 이번 대패(大敗)를 기회로 삼길 바란다.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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