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안을 잇따라 발의했다. 한병도 의원은 4일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을 주는 행위, 반복된 악의적 표현으로 사생활의 평온을 뚜렷하게 해치는 행위, 악의적 표현으로 청각 등 신체나 정신에 장애를 유발할 정도의 소음을 발생시키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에 앞서 정청래 의원도 전직 대통령 사저 인근 100m 이내에서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문 전 대통령이 경남 양산 평산마을 사저에 입주한 지난달 10일부터 시위대는 밤낮으로 확성기, 스피커, 꽹과리 등을 동원해 장송곡과 애국가를 틀고, 욕설과 모욕, 협박이 뒤섞인 1인 시위와 집회를 벌였다. 이 때문에 문 전 대통령 가족은 물론 마을 주민들도 극심한 불편과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시위대의 행위가 지나친 것은 사실이다. 무엇보다 마을 주민의 고통을 생각해서 시위대는 시위의 수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를 법률로 강제해서는 안 된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제한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문 대통령 사저 앞 시위가 실정법을 위반한 것은 없었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이 집회와 시위의 수위를 대폭 억누르는 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2017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 논현동 사저 앞에서 '쥐XX 나와라' 등의 욕설이 쏟아진 시위가 4개월간 벌어졌을 때 민주당의 자세는 전혀 달랐다. 시위를 비판하거나 만류하기는커녕 당시 박영선 의원은 시위 현장을 방문해 "BBK의 진실을, 다스의 주인이 누구인지 함께 찾아내자"며 이 전 대통령 구속을 촉구했고, 민병두 의원은 시위 지지 발언을 했다. 민주당은 다른 곳에서 벌어진 '우리 편'의 과격 시위도 무대응으로 방치·조장해 왔다.이런 사실은 집시법 개정안 발의가 문 전 대통령 1인을 위한 입법권 남용임을 분명하게 말해 준다. 마을 주민 고통 방지로 포장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심기 보호가 그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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