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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랑] 일찍 철 든 첫째·엄마가 아픈 줄 모르는 둘째 보며 오늘도 진통제로 버텨

남편 상습적 폭력 피해 무작정 두 아들 데리고 악착같이 살아
새 삶 꿈꾸려는 찰나 이번엔 자궁암에 뇌하수체 종양 덮쳐
치료비·생활비 감당 어려워…전 남편이 아들 데려갈까봐 걱정

종양 제거 수술 후 입원 중인 최혜수(가명·38)씨가 진통제를 투여하고 있다. 김세연 기자
종양 제거 수술 후 입원 중인 최혜수(가명·38)씨가 진통제를 투여하고 있다. 김세연 기자

스물일곱 살의 최혜수(가명·현재 나이 38) 씨는 한 손에는 어린 아들의 손을 꼭 쥐고 다른 한 손으로는 부른 배를 부여잡은 채 무작정 경기도에서 대구로 내려왔다. 갈 곳도, 연락할 곳도 없지만 6살 아들과 아직 세상에 나오지도 못한 둘째를 남편이 있는 지옥 같은 집에서 키울 수는 없었다.

최 씨는 이혼하면서 전 남편이 주겠다던 양육비 10만 원도 거절했다. 다시는 아이들과 전 남편을 만나게 하고 싶지 않았기에 영영 연을 끊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악착같이 버티며 홀로 아이들을 키운 지 10년이 넘었지만, 최 씨는 전 남편이 아이들을 다시 데려갈까 전전긍긍하며 하루를 보낸다.

◆가정폭력에서 도망쳤지만, 암에 종양까지

전 남편과의 생활은 경제적인 문제는 없었지만 행복하지 않았다. 상습적으로 남편은 최 씨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반복되는 폭력에 코뼈가 부러지는 등 몸이 성한 날이 없었다.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피를 흘리며 구급차에 실려 가기도 했다. 남편은 다음 날이 되면 잘못했다 하지만 그 순간뿐, 폭력의 두려움은 어김없이 최 씨를 다시 찾아왔다.

남편의 폭력에 지친 최 씨는 집을 떠나 아들과 대구의 한 모자원에서 생활을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지냈지만, 최 씨에게는 5년간의 모자원 생활이 오히려 좋았다. 둘째 아들도 무사히 낳을 수 있었고 자활근로에도 참여하게 되면서 소득도 생겼기 때문이다.

전셋집도 마련해 아들들을 데리고 새 삶을 꿈꾸려는 찰나 또 한 번의 불행이 찾아왔다. 2015년 최 씨는 자궁암 판정을 받았다. 암 진단에 일도 나가지 못하고 5년을 꼬박 투병 생활을 하며 보냈다. 수술 3회, 항암치료 16차례를 거치며 퇴원은 했지만, 완치 판정은 받지 못했다. 힘든 투병 중에 전 남편이 최 씨의 근로능력 상실을 알게 되면서 양육권 소송까지 제기했다. 다행히 아이들이 엄마와 살기를 선택했지만, 최 씨는 그 후로 병원에 갔다가 암이 재발돼 일을 못하게 될까 진료받기를 그만뒀다. 당장 초음파 검사 비용도 부담스러웠기에 빈혈약으로만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극심한 두통과 급격하게 떨어진 시력에 최 씨는 대구의 한 대학 병원을 찾았고 의사로부터 호르몬 체계 이상으로 각종 증상을 유발하는 뇌하수체종양 진단을 받았다. 또 다시 암 판정을 받은 최 씨는 삶의 의지를 내려놓고 싶었다.

◆치료받으면서도 아들 걱정

지난달 최 씨는 종양의 3분의 2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고 입원 치료 중이다. 남은 종양이 더 커지거나 제거한 부분으로 넘어올 경우 항암 치료가 필요하다. 최 씨는 진통제가 없으면 움직이지도 못할 정도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밥은 삼키지도 못하는데 하루 10개 이상의 약을 투약하고 있다.

6개월 이상 경과를 지켜봐야 하지만 당장 공과금도 내기 힘든 상황에 치료비를 감당하기 어렵다. 이번 달 치료비만 230만 원이나 나왔는데 가진 돈은 120만 원의 수급비가 전부라 감당이 안 된다. 아직 10대인 두 아들의 생활비까지 생각하면 최 씨는 막막하기만 하다. 무엇보다 전 남편이 또 아들을 데려간다고 할까봐 걱정이다.

아픈 와중에도 최 씨의 머릿속에는 남겨진 아이들 생각뿐이다. 외할머니가 아이들의 밥을 챙겨주고 있지만 고3 큰 아들이 어린 동생까지 돌보며 가장 노릇을 하고 있다. 초등학생인 둘째는 엄마가 아픈 줄도 모른다. 철이 너무 일찍 든 큰 아들은 졸업 후 바로 취업하겠다고 한다. 공부도 곧잘 해 장학금까지 받아오던 큰아들이 진학을 포기하겠다는 말에 최 씨의 억장은 무너진다.

최 씨가 건강을 되찾고 싶은 이유는 단 하나. 아들이 아무 걱정 없이 원하는 대학에 가서 공부하고 자신의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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