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곽' '아웃사이더' '독불장군' '야생마' '당랑'….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의 '변방 이미지'를 대표하는 단어들이다. 홍 당선인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80%에 육박하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모래시계' 검사, 5선 국회의원, 재선 도지사, 보수당 대통령 후보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해 당선은 따 놓은 당상이었다. 홍 당선인은 지난 총선에서는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어려움이 있었다. 이번 선거에서는 초반 경선 과정에 난항이 있었지만 이후에는 당선증 받는 날만 기다리면 될 정도였다.
대구 시민은 홍 당선인에 대해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갖고 있다. 그는 당선 소감으로 '시정 혁신'을 내세웠다. 7일 출범한 대구시장직 인수위원회를 통해 개혁의 실체가 드러날 것이다. 대구 공직 사회는 홍 당선인이 취임 즉시 대대적으로 칼을 대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쇄신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간부급 공무원들의 동요가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라리 시청을 떠나겠다"는 '엑소더스' 분위기도 있다고 한다. '통·폐합' 대상으로 지목된 대구시 산하기관 직원들도 술렁이고 있다.
홍 당선인이 경남도지사 시절 추진한 '진주의료원 폐쇄'와 '선별적 무상급식' 정책 논란이 영향을 준 듯하다. 그는 진주의료원 폐쇄로 진보 진영의 표적이 됐지만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켰다. 이어 무상급식 예산 지원 중단을 발표해 다시 논란에 불을 붙였다. 당시 사퇴를 요구하는 여영국 경남도의원에게 "쓰레기가 단식한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막말을 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는 어떤 일을 결정하면 주저 없이 추진한다. 정책에서는 좌우를 넘나들기도 한다. 한나라당 시절 반값 아파트를 추진한 것이 대표적이다.
대구 시민들은 홍 당선인에 대해 기대도 크다. 도시 경쟁력은 갈수록 뒤처지고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지역을 떠나는 현실을 바꾸고 싶어서다. 홍 당선인은 대구 리빌딩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는 "강력한 추진력과 리더십으로 대구의 50년 미래의 토대를 쌓아 청년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했다. 꿈과 희망을 주는 대구가 되기 위해서는 독불장군과 막말 이미지를 탈피해야 하지 않을까. 홍 당선인은 자신이 '독불장군'이 아니라 '독고다이'(홀로 결정하고 처리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 일본어에서 온 속어)라고 주장하지만, 시민 입장에서는 둘 다 같은 의미로 들린다. 무슨 일이든 자기 마음대로 혼자서 처리하려는 사람이라는 뜻은 같아서다. 그는 막말 논란에 대해서도 "지도자는 막말이 문제가 아니라 거짓말이 문제다"고 반박한다. 막말은 일부 지지자를 만족시킬 수는 있지만 대중의 공감을 얻기는 어렵다.
이제는 '변방 이미지'를 벗어나 '대구시장 이미지'로 변신할 시점이다. 홍 당선인은 대구 시정을 개혁하는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도를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면서 무시해선 안 된다. 이제는 남의 비판도 경청할 때다. 그의 검사 시절 좌우명은 '억강부약'(抑强扶弱·강자는 누르고 약자는 도와준다)이라고 한다. 수도권은 갈수록 비대해지고 지방은 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 수도권은 강이고 지방은 약이다. 홍 당선인이 대구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한 시정 개혁에 성공하기를 바란다. 독불장군과 막말 이미지를 탈피해 시민과 공무원, 노조와 소통하는 '홍준표 대구시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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