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80% 지지, 대기업으로 응답하라

정욱진 뉴스국 국장석 부장
정욱진 뉴스국 국장석 부장

지난주 끝난 지방선거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전국이 '대기업 유치전'에 휩싸였다. 최근 주요 대기업들이 1천60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 계획을 잇달아 발표한 게 도화선이 됐다.

삼성과 SK,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이 발표한 향후 투자액은 1천60조6천억 원에 달한다. 대기업들이 한꺼번에 투자 보따리를 푼 것은 윤석열 정부의 핵심 경제 기조인 '민간 주도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당 소속 수장으로 바뀐 광역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번에 여당으로 지방 권력을 교체한 광역단체가 대기업의 국내 투자와 맞물려 상당한 혜택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앞서 달리는 곳은 강원도다. 12년 만에 보수 진영이 탈환한 강원도의 경우 김진태 강원도지사 당선인이 선거 직후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원주에 유치하겠다는 공약 이행에 즉시 착수했다고 한다.

특히 강원도는 지난달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각종 규제까지 완화되는 등 선물까지 받았다.

수도권을 제외하면 기업들이 가장 투자를 선호하는 지역으로 꼽히는 충청권도 대기업 유치에 바짝 고삐를 죄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충북·충남·대전·세종 등 충청권 광역단체장 4석을 모조리 석권함에 따라 향후 이곳 당선인들이 내걸었던 각종 경제 공약도 어느 때보다 강한 정부·여당의 지원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는 후문이다.

김두겸 울산시장 당선인도 현대자동차 전기차 공장 유치 등 대기업 투자 확대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미래차 선도 도시를 내세운 대구경북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얘기다.

대기업 투자 유치는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수도권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더 힘들다.

이는 우리나라 기업을 대변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최근 조사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전경련이 국내 매출액 기준 상위 1천 개 수도권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의 지방 이전 및 지방 사업장 신증설'에 대해 물었더니 응답 기업의 89.4%가 '지방 이전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이전 희망 지역으로는 과반이 넘는 기업이 '대전·세종·충청'(55.3%)을 선호했다. '대구경북'(11.2%)은 뒷전이었다. 상당수 기업들이 교통과 물류 인프라가 좋지 않고, 인력 확보가 어려운 여건 탓에 지방 이전을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이 장벽을 넘지 못한다면 대기업들은 '추풍령'을 넘어 내려오지 않을 공산이 크다.

이런 와중에 오는 17일 발족 예정인 경북도의 '100조 기업유치위원회'는 반드시 성공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한다.

지금은 경북 단독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도 하루빨리 가세해 힘을 보태야 한다. 대구경북이 원팀을 이루고, 시장·도지사가 선봉에 나서 대기업을 유치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80% 가까운 지지율을 보내 준 지역민들의 준엄한 명령이다.

생산도 전국 꼴찌요, 소비도 최하위라는데, 경제 두 바퀴가 모두 푹 꺼진 대구경북을 이대로 놔 둬서야 되겠는가? 새 시장과 도지사, 국회의원들이 중앙에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한 목소리를 강하게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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