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나그네로 시작했으며 나그네로 남아 있다. 인류는 우주의 해안에서 충분히 긴 시간을 꾸물대며 꿈을 키워왔다. 이제야 비로소 별들을 향해 돛을 올릴 준비가 끝난 셈이다."
미국의 천체물리학자 칼 세이건의 책 '코스모스' 중 7장 '밤하늘의 등뼈'의 마지막 세 문장이다. 여기서 밤하늘의 등뼈는 은하수를 비유한 표현이다.
우리도 긴 항해를 시작한다. 한국형 발사체(KSLV-II·Korea Space Launch Vehicles-II) 누리호가 다시 우주에 도전한다. 누리호는 독자적 우주 수송 능력을 확보하려고 1.5톤(t)급 실용위성을 지구 상공에 띄우는 3단형 발사체. 현재 전남 고흥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 조립동에 있다. 14일 발사장으로 옮겨진 뒤 15일 우주로 올라간다.
여기까지 오는 길은 참 험난했다. 미국, 러시아 등 우주 강국의 비협조와 간섭은 큰 걸림돌. 핵심 기술 이전도 먼 나라 얘기였다. 누리호는 '맨 땅에 헤딩하듯' 우리 연구진의 피와 땀으로 이뤄낸 결과물이다. 설계부터 제작, 시험, 발사까지 모든 과정을 국내 기술로 완성해 냈다.
지난해 10월 진행된 1차 발사는 '절반의 성공'이라 불린다. 발사체가 잘 올라갔으나 목표 궤도에 위성모사체를 올리진 못해서다. 헬륨 탱크 고정장치 오류로 3단 엔진이 계획보다 일찍 꺼진 탓이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이미 조립을 완료한 3단 엔진을 해체, 고정장치를 고치고 재조립했다. 애초 5월로 계획됐던 2차 발사일이 미뤄진 이유다.
디데이가 닷새 남았다. 누리호 발사관리위원회는 기상 여건 등 변수로 발사가 미뤄질 것에 대비, 예비 일정(16~23일)도 잡았다. 어려운 과정인 만큼 섣부른 예단은 금물. 하지만 과학기술계는 조심스레 2차 발사가 성공할 거라고 예상하는 분위기다. 비교적 작은 문제로 제동이 걸렸고, 이제 그 부분도 해결해서다.
1t급 이상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기술력은 현재 6개 나라만 가졌다고 한다. 이번에 누리호가 성능검증위성과 위성모사체를 제 궤도에 안착시킨다면 우리가 이 기술을 가진 7번째 나라가 된다. 우주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되는 셈. 30여 년간에 걸친 노력이 이제 빛을 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우주 산업은 미래 먹거리다. 반도체, 2차전지 등 현대 산업을 이끄는 첨단 기술들이 우주 개발 과정에서 얻어졌다. 투자사 모건스탠리는 세계 우주 산업 시장 규모가 2018년 3천500억 달러(약 430조 원)에서 2040년 1조1천억 달러(약 1천400조 원)에 이르리라 예상하기도 했다.
문제는 아직 우리나라에 우주 산업 생태계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했다는 점. 누리호가 이 생태계를 만드는 데 중심축이 될 수 있다. 누리호 개발에 참여한 민간기업은 300여 곳에 이른다. 이들은 누리호를 제작하면서 서로 힘을 보태고 기술을 이전했다. 이렇게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래서 누리호의 성공이 도약의 기회라는 거다.
요즘 웃을 일이 적다. 물가가 치솟는 등 경제 사정이 어렵다. 정치라고 다르지 않다. 검찰 출신의 요직 독식 인사 등 새 정부의 행보는 초반부터 미덥지 못하다. 이를 견제해야 할 야당은 선거 패배 책임 등을 두고 내전 중이다.
누리호가 희망을 선물해 주길 기대한다. 그래서 우주 시대, 우주 산업에서 새 장이 열리길 바란다. 곧 누리호가 두 번째 발걸음을 내딛는다. 이제야 비로소 별들을 향해 '우리' 돛을 올릴 준비가 끝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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