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가 읽은 책] 위버멘쉬를 품다

불씨를 얻다(권영욱/ 브로콜리숲/ 2021)

동시를 읽으면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한 긍정'인 위버멘쉬를 만나게 된다. 나 아닌 너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나와의 공통점을 찾는 것이다. 공통점 찾기는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언어가 다르고, 생김새가 다르고, 생각이 달라도 존재성으로 함께 있기 때문이다.

나와 같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너를 향한 나의 시선은 긍정의 시선이 된다. 동시에 이 세상 존재하는 모든 것에 긍정의 시선이 들어있다. 영혼도 없고, 말도 없는 사물들도 동시에서는 손을 잡고, 느끼고, 자신의 말을 쏟아낸다.

권영욱 시인의 첫 동시집 '불씨를 얻다'는 위버멘쉬를 가득 품고 있다. 권 시인은 PEN문학 신인상, 푸른문학상 새로운 신인상을 수상하며 동시의 불씨를 피우기 시작했다. 현재 혜암아동문학교실에서 강의를 하면서 수성도서관 상주 작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오리배

철수와 영희가/ 처음으로/ 오리배를 탔다// 물 만난 오리배// 두근두근/ 심장이 생기고// 두런두런 말문이 열리고

혼자일 때는 망설이며 한 걸음도 내딛지 못했던 어떤 일들이 '함께'이면 용기가 나고 때론 기적을 일으킨다. 그 용기와 기적은 '희망'을 잉태하고 전진할 수 있는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 여기 철수와 영희도 오리배와 함께 하면서 마음을 나누는 사이가 된다.

참 좋은 말

이 꽃/ 저 꽃/ 들고나는 나비// 항상/ '저쪽 꽃이 네가 더 예쁘대!' 하고/ 귓속말하며/ 다니는 걸 거야// 나비가/ 꿀을 가져가는데도/ 꽃들이/ 활짝 웃고 있잖아

새로운 관계는 관계에 대해 새로운 생각을 전해준다. 그것이 특별나지 않아도 새로운 나를 발견하게 하고 관계를 변화시켜 행복을 만들어준다. 꽃들은 나비를 만나면서 기쁨을 주는 관계가 되었다.

웃음보 터지다

돌도끼로/ 사냥하던 그때// 사슴을 쫓다가// 둥글둥글 주먹돌을 밟아/ 미끄러지는 것을// 동글동글 도토리를 밝아/ 미끄러지는 것을// 꾹꾹 눌러/ 눈물 나도록 참다가// 커다란 고인돌을/ 동글동글 끌 생각에// 참았던/ 웃음보 크게 터졌겠다

웃음은 전염성이 강하다. 웃음이 웃음을 낳고 또 그 웃음이 웃음을 부르는 파도타기를 하다 보면 울고 싶은 마음에도 웃음꽃이 핀다. 시인은 울고 싶은 마음을 웃음보로 재창조하였다. 힘들었을 그 상황을 긍정의 시각으로 바라보게 해준다.

동시집을 펼치면 유년의 어제와 성인인 오늘이 설렘으로 몽글몽글 피어난다. 설렘은 일상을 채워 오늘을 행복하게 하고 내일의 행복을 기대하게 한다.

최설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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