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기업 투자, ‘수도권 배 불리기’ 되어선 안 된다

6·1 지방선거 이후 지자체들이 '대기업 모시기 전쟁'을 시작했다. 단체장 당선인들은 경제발전 공약 이행을 위해 1천60조 원에 달하는 투자 계획을 밝힌 삼성과 SK, 현대중공업 그룹, 포스코 등 대기업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대구시, 경북도, 지역 국회의원들은 대기업 유치를 위해 더 열심히 뛰어야 한다.

대구경북은 대기업 유치에 대한 기대와 함께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앞선다. 대기업들이 기반 시설이 좋은 경기도 등 수도권에 투자를 집중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지역 격차가 더 가속화될 수 있고, 윤석열 정부의 지역균형발전은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기업의 대규모 투자에서 지방이 소외되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 유도해야 한다.

대구시와 경북도도 더 발 빠르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 현대차의 13조 원대 전기차 전용 공장 유치를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인 미국 조지아주의 사례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 조지아주 주 장관은 한국을 무려 10번이나 방문, 현대차를 설득했다고 한다. 조지아주는 현대차에 공장 부지 무상 제공, 재산세 감면, 일자리 창출 및 직업훈련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 파격적인 혜택을 제시했는데 무려 2조 원에 달했다. 이 같은 정성과 과감한 인센티브를 대구시와 경북도는 배워야 한다.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본사와 공장 등을 유치해야 한다. 대기업이 들어서면 일자리가 늘고 청년층 인구 유출을 막을 수 있다. 역대 정부는 지역균형발전을 수없이 외쳤지만 지방과 수도권의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기업의 지방 이전은 수도권 중심의 불균형한 경제 구조를 균형 있게 바꾸고 지방의 활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다. 문재인 정부는 대구경북 등 지방의 간절한 외침을 외면하고 '이건희 미술관' 부지를 서울로 선정해 거센 반발을 불렀다. 새 정부에서 대기업 투자가 수도권에 집중되는 결과로 나타난다면 지방의 실망과 분노가 극에 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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