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갑다 새책] 독일 100년 기업 이야기

요시모리 마사루 지음/ 배원기 외 옮김/ 한국경제신문 펴냄

독일 국기가 내걸린 베를린 연방의회 의사당. 클립아트코리아
독일 국기가 내걸린 베를린 연방의회 의사당. 클립아트코리아

"가족기업은 독일 경제의 견인차다."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의 말처럼 독일에는 소규모 가족기업에서 출발해 세계 최고 기업으로 성장한 곳이 많다. 대표적인 산업이 자동차. BMW, 폭스바겐, 포르쉐 역시 가족 단위의 사업장에서 전세계를 호령하는 브랜드가 된 케이스다.

가족이 지배적 의결권을 가지는 기업이라며 눈을 먼저 흘기고 볼 일이 아니다. 대부분 국가에서 가족기업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반면 독일인들은 상당히 우호적으로 평가한다.

비텐 가족기업연구소가 조사한 기업 평판 결과에 따르면 가족기업의 평판이 비가족기업보다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적인 안목에 기초한 경영, 고객 및 거래처와의 장기적인 관계, 고용 유지에 대한 책임감, 기업의 연속성과 안정성 등이 특히 높은 평가를 받았다.

독일 가족기업은 어떻게 독보적인 시장 지위, 사회적 명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았을까. 이 책은 1512년 창립해 무역업, 광산업, 대부업 등으로 막대한 부를 쌓은 기업 푸거를 비롯해 철강기업 크루프, 광학기기 기업 자이스, 산업기기 전문기업 보쉬, 글로벌 미디어기업 베텔스만, 제약기업 머크 등 9개 기업의 사례를 살펴본다.

특히 이 책에서 소개하는 기업들이 선정된 기준은 '사회공헌'인데, 이 키워드는 이들 기업의 핵심적인 경쟁력이기도 하다.

지은이는 각 기업의 역사와 특성을 짚어보면서 ▷어떤 전략으로 혁신적인 제품·기술·판매 방식을 실현해 발전 기초를 형성했는지 ▷직원의 근무조건, 복리후생제도, 시설을 어떻게 개선했는지 ▷공익재단을 설립한 목적은 무엇인지 ▷재단과 가족집단, 회사가 어떤 지배구조인지 ▷그러한 이해관계자 간의 지배 관계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 것인지 등을 집중 조명한다.

모두가 궁금해 할, 독일 가족기업의 성공 비결은 크게 네가지로 요약된다.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제품이나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직원의 근무 조건을 대폭 향상시킨 것, 공익재단을 설립해 사회적 책임을 실천한 것이다.

또한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아 주주와 경영자 간의 이해가 대립되지 않기에 장기적인 안목에서 경영할 수 있다는 점도 성공의 원천으로 꼽았다.

지은이는 프롤로그를 통해 가족기업 소유자나 관리자, 직원 또는 독일과 거래 관계가 있는 기업 경영자, 독일의 기업 경영에 관심 있는 학생과 연구자를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했다. 기업의 실제 사례 외에도 독일 기업 경영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독일의 제도, 사상, 역사적 배경을 알려준다.

책은 성공만을 얘기하지 않는다. 영세 사업장에서 세계적 브랜드로 성장하기까지 각 기업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어떻게 극복해왔는지, 직원의 이익을 늘리고자 어떤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는지, 사회 구성원으로서 어떤 소명의식을 갖고 기업을 운영해왔는지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지은이는 일본 요코하마 국립대 명예교수로, 프랑스에서 경영학 석사와 경제학 박사를 취득하고, 퐁텐블로 인시아드와 파리 제9대학 등에서 10년 가까이 강단에 섰다. 그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유럽 기업들의 경영 사례를 연구해 책을 펴냈으며, 그 중 하나를 재단법인 동아시아경제연구원 배원기 상임이사와 21세기연구회 등이 한국판으로 옮겼다. 580쪽,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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