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종인 "尹, 당선되더니 황홀경 젖었다, 한동훈만 쓴소리 가능"

"윤 대통령, '내각 구성' 국민통합에 합당한지 생각해야"
"출근길 질의응답 거칠어…어느 시점 지나가면 안할것"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절의 윤석열 대통령과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절의 윤석열 대통령과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 연합뉴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후 구름 위에 올라가 있다며, 그에게 쓴소리 할 장관이나 참모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은 8일 오후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 윤 대통령에 대해 "지금도 내가 보기에 황홀경에 빠져 있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에 당선되는 순간 구름 위로 올라가 버린다. 구름 위에는 항상 태양이 떠 있으니까 자기가 뭐든지 다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환경에서 빨리 벗어나야 정상적인 정책을 수행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주변에서 '그렇게 말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하는 분들이 있어야 되는데 대부분 대통령 말에 순응하는 사람들만 있고 '그렇게 하시면 안 됩니다'라고 얘기하는 장관이나 참모가 1%도 안 된다고 본다"고 짚었다.

진행자가 '그럼 한 장관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나'라고 묻자, 김 전 위원장은 "내가 보기에는 한 장관이 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내가 듣기로는 한 장관이 검사 시절에 소신에 거역되는, 수사 과정에서 상급자가 뭐라고 얘기해도 전혀 수용을 안 했다고 하더라. 그런 자세가 있다면, 이렇게 하시면 안 되겠다고 판단하면 동의 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위원장은 "한 장관이 앞으로 법무부 장관 직책을 수행하면서 어떻게 국민 눈에 비치느냐에 따라 본인도 별의 순간도 잡을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독일 유학파 출신인 김 전 위원장이 종종 언급한 별의 순간이란 독일어 '슈테른슈툰데'(Sternstunde)를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슈테른슈튠데는 '미래에 운명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결정, 행동 또는 사건'을 이르는 말로, 김 전 위원장의 발언 맥락 상 주로 대권 도전이나 정치 입문을 위한 결정적 순간을 뜻했다.

정치권에서 '킹메이커'라 불렸던 김 전 위원장은 앞서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1월에도 "'별의 순간'이 지금 보일 것"이라고 언급, 윤 대통령의 정치 참여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대권 주자'가 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김 전 위원장은 "그러기 위해서는 (한 장관이) 지나치게 검사 생활에 젖었던 걸 너무 강조하지 않아야 된다"면서 "이 정부가 자꾸 정치 상황을 법률 잣대로 다루려고 하는데 국민 정서가 받아들이지 않는 걸 법률적으로 괜찮다고 해서 우기면 그 정책과 정부는 성공할 수가 없다"고 조언했다.

김 전 위원장은 앞서 한 장관에 대해 '이번 인사 중 가장 신선한 인물'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새로운 인물이 한 장관 외에는 별로 없다. 나머지는 과거에 우리가 다 경험해봤던 사람들"이라며 "40대 장관이 지금 한 사람밖에 없다. 가급적 우리가 시대적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70년대 이후 출생자들이 국가를 경영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는데, 그런 측면에서 한 장관이 가장 신선하게 보인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 반기문 전 유엔 총장.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 반기문 전 유엔 총장. 연합뉴스

윤 대통령 '취임 한 달' 평가로는 "윤 대통령이 국민통합을 강조하는데 지금까지 여러 인사나 내각 구성 등 모든 것이 그와 같은 목표에 합당한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문재인 정권 때는 민변만 갖고 많이 했는데 내가 이것을 하는 게 뭐가 나쁘냐'고 했다. 그러면 결국 똑같다는 얘기 밖에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라며 "국민의 눈이 그렇게 어둡지 않다는 걸 인식하고 국민 판단이 예리하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출퇴근하면서 기자들에게 질의응답을 너무 즉흥적으로 하다 보니까 말에 좀 실수가 있는 것 같다. 좀 다른 표현으로 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걸 생각 없이 딱 뱉다 보니까 아주 직설적으로 그런 얘기가 나오니까 그게 국민 정서에 거칠게…"라며 "내가 보기에 아마 어느 시점이 지나가면 그거(질의응답) 아마 안 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절 윤석열 대통령과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절 윤석열 대통령과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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