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스프링클러 미설치+사무실 밀집…인명피해 키웠다

대구 빌딩 화재, 짧은 시간 수십명 사상자 발생

범행당시 CCTV영상

9일 오전 10시 55분께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법원 뒤 7층짜리 빌딩 2층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난 가운데 건물 유리창이 깨져있다. 연합뉴스

9일 오전 대구 수성구 범어동 한 빌딩에서 화재가 발생해 다수의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소방대원들이 희생자를 이송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7명이 사망하고 40여명이 부상을 입은 대구 범어동 빌딩 화재 사건과 관련해 짧은 시간에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원인에 대해 여러가지 추정이 나오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55분쯤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법원 인근 지하 2층 지상 5층짜리 빌딩 2층에서 불이 났다.

불은 20여분만인 오전 11시 17분쯤 진화됐지만 짧은 시간동안 신원이 아직 확인되지 않은 7명이 숨지고, 40여명이 연기를 흡입하는 등 부상을 입었다.

사망자는 남자 5명, 여자 2명으로 모두 불이 난 2층 203호 사무실에서 나왔다. 이들은 모두 경북대학교 병원으로 옮겨져 안치됐다.

연기가 주변으로 번져 인근 건물에서도 다수 인원이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석진 대구 수성소방서장은 브리핑에서 "저희들이 현장에 도착해 화재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급속하게 연소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인명피해가 클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로 추정된다.

불이 난 빌딩은 법원 뒤에 위치해 변호사 사무실이 밀집해 있다는 밀폐된 구조로, 지하층은 보일러실과 주차장 등이 있고 지상층에는 사무실들이 입주해있다.

특히 해당 건물에는 지하에만 스프링클러가 설치돼있고, 화재가 발생한 지상층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있지 않아 피해를 키운 것으로 파악됐다.

현행법상 6층 이상의 경우 의무적으로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게 되어 있지만 해당 건물이 지어질 당시에는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화재 현장을 탈출한 일부 시민이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건물 위층으로 올라가는 통로는 계단 하나와 엘리베이터 하나가 있지만 비교적 좁은 데다 복도는 폐쇄된 구조여서 연기가 순식간에 위층으로 올라가면서 연기 흡입 부상자가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건물에 입주해 있는 한 변호사는 "어떤 사무실 직원 중 일부는 유리창을 깨고 탈출을 시도하려고 했지만, 너무 높아서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특히 경찰과 소방당국은 화재 원인으로 '방화'를 지목하고 있는데, 방화의 경우 실화보다 인명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