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9일 이명박 전 대통령 특별사면에 대해 "20여 년 수감 생활을 하게 하는 것은 안 맞지 않느냐"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전날만 해도 "지금 언급할 문제는 아니다"며 이 전 대통령 사면에 신중한 입장을 비쳤는데 불과 하루 만에 사면론에 힘을 싣는 듯한 발언을 내놓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과거 전례에 맞춰야 할 것"이라며 이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 이 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전례'는 전직 대통령들이 정권이 바뀐 뒤 구속수감 되더라도 단기간에 특별사면 받은 경우를 이르는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뇌물 혐의 등으로 징역 17년을 선고받고서 2020년 11월부터 현재까지 수감돼 있다. 2036년에 만기 출소하면 95세가 된다.
전임 문재인 정부는 사면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고, 이 전 대통령의 경우 특별사면 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는 사안(범죄 혐의) 자체가 다르다고 봤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징역 22년을 선고받았으나, 지난 연말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사면을 단행하며 4년 9개월 만에 석방됐다. 이는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장 복역 기록이었다.
다만 윤 대통령이 하루 만에 사면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발언을 하면서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권성동 원내대표, 장제원 의원 등 윤핵관이라 불리는 국민의힘 중진 대부분이 친이(친이명박)계 출신인데, 여소야대 형국에서 당의 뒷받침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윤 대통령이 당의 목소리를 모른 체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 발언에 앞서 권 원내대표가 라디오 방송에서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 개인 견해를 전제로 '국격과 관련된 문제' '국민 통합 차원에서 사면이 불가피하다' 등 사면론을 강하게 주장했다. 특히 '보통 집권 1년차 광복절 때 대통합 사면을 많이 실시했다'고 해 윤 대통령이 말한 '전례'라는 표현과 궤를 같이 했다"고 전했다.
이어 "새 정부가 안정적 국정운영을 하려면 당의 지지가 반드시 뒤따라야 하는데 윤 대통령은 사면을 매개로 옛 친이계 의원들의 결속을 다지려는 구상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내부에서 어떤 논의가 되고 있는지 말씀드릴 순 없고, 대통령이 기자들의 질문에 직접 대답하신 것이니 그대로 받아들여 달라"고 말을 아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검찰 출신 인사를 더 기용하지 않을 것이냐'는 질문에는 작심한 듯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또 (검찰 출신 인사를) 해야죠"라며 "권영세 통일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박민식 국가보훈처장같이 검찰을 그만둔 지 벌써 20년이 다 되고, 3~4선 국회의원, 도지사까지 하신 분을 검사 출신이라고 하면 어폐가 있지 않은가"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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