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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하루만에 MB 사면 힘 실어…검사 출신 중용에 "필요하면 또"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9일 이명박 전 대통령 특별사면에 대해 "20여 년 수감 생활을 하게 하는 것은 안 맞지 않느냐"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전날만 해도 "지금 언급할 문제는 아니다"며 이 전 대통령 사면에 신중한 입장을 비쳤는데 불과 하루 만에 사면론에 힘을 싣는 듯한 발언을 내놓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과거 전례에 맞춰야 할 것"이라며 이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 이 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전례'는 전직 대통령들이 정권이 바뀐 뒤 구속수감 되더라도 단기간에 특별사면 받은 경우를 이르는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뇌물 혐의 등으로 징역 17년을 선고받고서 2020년 11월부터 현재까지 수감돼 있다. 2036년에 만기 출소하면 95세가 된다.

전임 문재인 정부는 사면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고, 이 전 대통령의 경우 특별사면 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는 사안(범죄 혐의) 자체가 다르다고 봤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징역 22년을 선고받았으나, 지난 연말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사면을 단행하며 4년 9개월 만에 석방됐다. 이는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장 복역 기록이었다.

다만 윤 대통령이 하루 만에 사면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발언을 하면서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권성동 원내대표, 장제원 의원 등 윤핵관이라 불리는 국민의힘 중진 대부분이 친이(친이명박)계 출신인데, 여소야대 형국에서 당의 뒷받침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윤 대통령이 당의 목소리를 모른 체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 발언에 앞서 권 원내대표가 라디오 방송에서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 개인 견해를 전제로 '국격과 관련된 문제' '국민 통합 차원에서 사면이 불가피하다' 등 사면론을 강하게 주장했다. 특히 '보통 집권 1년차 광복절 때 대통합 사면을 많이 실시했다'고 해 윤 대통령이 말한 '전례'라는 표현과 궤를 같이 했다"고 전했다.

이어 "새 정부가 안정적 국정운영을 하려면 당의 지지가 반드시 뒤따라야 하는데 윤 대통령은 사면을 매개로 옛 친이계 의원들의 결속을 다지려는 구상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내부에서 어떤 논의가 되고 있는지 말씀드릴 순 없고, 대통령이 기자들의 질문에 직접 대답하신 것이니 그대로 받아들여 달라"고 말을 아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검찰 출신 인사를 더 기용하지 않을 것이냐'는 질문에는 작심한 듯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또 (검찰 출신 인사를) 해야죠"라며 "권영세 통일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박민식 국가보훈처장같이 검찰을 그만둔 지 벌써 20년이 다 되고, 3~4선 국회의원, 도지사까지 하신 분을 검사 출신이라고 하면 어폐가 있지 않은가"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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