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부상을 입은 대구 범어동 빌딩 화재와 관련, 건물의 밀폐된 구조와 스프링클러 같은 소방설비 부재가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대구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55분쯤 수성구 범어동 한 업무용 빌딩 2층에서 불이 났다. 소방차량 50여대와 소방인력 160여명이 투입해 진화작업을 펼쳐 약 23분 만에 불길을 잡았지만, 7명이 사망했다.
특히 이곳 빌딩의 밀폐된 구조가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날 불이 집중적으로 발생한 곳은 지상 2층이다. 이곳엔 5개 사무실이 있는데 최초 발화지점으로 꼽히는 203호는 계단이 있는 복도와 거리가 가장 멀었다. 불로 인한 짙은 연기가 순식간에 번지면서 속수무책으로 대피할 기회를 놓친 것으로 추정된다.
평소 의뢰인 신분으로 이곳 빌딩 2층을 찾는다는 A씨는 "불이 발생한 203호는 계단과 반대편 위치에 있어 앞이 보이지 않을 경우 벽을 짚으면서 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누군가가 사무실 출입문을 막고 있으면 탈출할 곳도 없다"고 말했다.
이 빌딩은 준공 당시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대상도 아니었다. 수성구청과 수성소방서 등에 따르면 이곳 빌딩은 지난 1995년 12월 5일 업무시설 용도로 최초 사용승인을 받았다. 당시 소방시설법에 따르면 업무시설은 ▷소화기 ▷옥내소화전 ▷스프링클러(지하주차장) 등을 설치해야 한다.
문제는 지하주차장에만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된 탓에 불이 발생한 빌딩 2층에는 이 같은 설비가 없었다는 점이다. 현재는 관련법이 개정돼 지상 6층(지하 제외) 이상 규모의 업무시설은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이 빌딩은 지상 5층(지하 2층) 규모이기 때문에 개정된 법도 적용되지 않는다.
경찰은 이번 화재 원인을 두고 방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7명의 사망자 가운데 사무실 직원이 아닌 한 명의 동선을 폐쇄회로(CC)TV로 파악한 결과 미확인 물체를 들고 있었다. 경찰은 전담팀을 꾸려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소방당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이날 오후 3시부터 합동감식에 들어갔다. 감식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대구소방본부에 따르면 이 빌딩은 지난 2년간 안전점검에서는 시설 작동에 이상이 없었다는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체 점검 대상에 해당하는 업무시설로, 소방당국이 아닌 민간 업체가 매년 한 차례 안전 점검을 한 뒤 소방서로 결과를 통보해 왔다.
2020년, 2021년 각각 자체 안전점검을 한 결과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 올해는 오는 11월에 점검할 예정이었다.
건물 도면상에는 이날 참사가 발생한 변호사 사무실에는 주출입문 말고도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문이 2개 더 있는 것으로 나와 있다.
이에 따라 7명의 희생자들이 화재 당시 주출입문을 제외하고 바깥으로 나가는 통로가 없어서 화를 당한 것인지, 아니면 불길이 순식간에 치솟아 미처 움직일 틈이 없었는지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소방본부 관계자는 "화재 직후 비상벨은 정상 작동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건물내 비상 통로 여부 등은 합동 감식 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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