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반도체 학과 개설 및 정원 확대는 수도권 아닌 지방대 위주로

윤석열 대통령이 7일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산업 인재 공급'을 질책하자 교육부가 곧바로 수도권 대학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 확대를 검토하고 나섰다. 차제에 '수도권정비계획법'을 개정해 수도권대 정원을 늘리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수도권에 인구와 산업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한 법으로, 수도권 대학은 인구 집중 유발 시설로 분류돼 입학 정원 증원이 불가능하다. '반도체 인력 양성'을 명분으로 '수도권대 정원'을 늘린다는 것은 그야말로 빈대 잡자고 집채를 다 태우자는 격이다.

반도체 인력 양성은 산업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사안이다. 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수요가 갈수록 늘어날 것인 만큼 국가 차원에서 인력 양성에 나서야 할 사안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왜 꼭 수도권 대학의 정원을 확대해 반도체 인력을 양성해야 하는가?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대는 가뜩이나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대학 정원 미달 인원의 75%가 지방대에 집중돼 있었다.

현재 반도체 개설학과 및 계약학과(기업이 맞춤형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대학과 채용 계약을 맺고 운영하는 학위 과정)가 있는 4년제 대학은 전국에 30개 정도다. 이 중 절반가량이 수도권에 몰려 있고, 나머지 상당수는 충청권에 집중돼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향후 10년간 반도체 전문 인력이 3만 명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반면 지방대는 신입생이 부족해 고사 위기로 빠져들고 있다. 지방대에 반도체 학과 대규모 개설을 통해 반도체 산업 인력 양성과 지방 대학 살리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지 않은가.

교육부와 과기부 등 정부 부처와 대구경북 각 대학은 반도체 학과 개설 및 정원 증원에 적극 나서주기 바란다. 수도권 대학 증원에 대한 우려에 8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첨단 인재는 경북대·부산대 등에서 양성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은 백번 지당한 말이다. 관건은 말이 아니라 실천이다. 정부는 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재를 지방대 주도로 양성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고 구체적 지원책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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