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도심의 한 전통시장 정비 사업은 7명의 사망자를 낸 방화 사건의 도화선이 됐다.
투자 실패에 이어진 송사는 방화 용의자의 참혹한 선택을 부추겼고, 해당 사업에 투자했던 조합원들 역시 수억 원의 빚을 지며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9일 발생한 방화 사건 용의자 A(53) 씨는 '신천시장 도시환경정비사업'의 개인 투자자였다.
그는 6억8천500만원 가량을 이 사업 시행 대행사인 B업체에 투자했다가 변제 받은 금액을 제외한 5억3천만원을 돌려받지 못하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
A씨와 B업체가 맺은 투자 약정서를 보면 A씨는 분양 물건 중 원하는 물건을 가장 먼저 선택할 수 있는 권한과 함께 투자 수익 등을 보장 받았다.
그러나 지난 2016년 B업체 대표의 독단적 운영을 이유로 투자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고, 일부 승소했지만 복잡한 채권 추심 절차가 얽혀 돈을 다 돌려받진 못했다.
A씨는 개인 투자자로 해당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그를 제외하고도 이 사업에 얽혀있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 사업은 지난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범어동 신천시장 상인들이 '신천시장정비사업조합'을 구성하고 같은 해 시행 대행사 B업체와 계약을 맺으며 주상복합아파트로 재개발을 추진했다.
5년 동안 조건에 부합한 시공사를 찾지 못했던 조합측은 2018년 외지업체와 472억원의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착공에 들어갔다. 전통시장이었던 이 곳은 2년 뒤 영화관과 상가, 오피스텔 등이 들어선 복합 건축물로 조성됐다.
그러나 조합원들의 기대와 달리 분양 실적은 저조했고 조합은 곧바로 공사비 지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사업 추진을 위한 재원으로 금융권 대출을 받아왔던 탓에 지연 이자금도 꾸준히 늘었다.
미지급된 공사비로 채무인수동의서까지 쓰게 된 조합원들은 현재 억대의 빚까지 떠안았다고 호소했다.
조합원 C씨는 "수억원의 빚에 밤잠을 설치는 조합원들이 대부분이다. 재산에도 가압류가 걸려 있는 상황"이라며 "조합원들 대부분 고령의 시장 상인인데 생활 터전을 잃은 데다, 재산마저 다 날아갔다는 소식에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합원들은 조합측이 공사비 외에도 온갖 채무를 지며 자금 운용이 어려워졌고, B업체와 유착한 의혹이 있다며 올해 초 수성구청에 운영 실태 점검을 요구하기도 했다.
수성구청에 따르면 이 조합은 도시정비법에 근거한 총회 의결도 없이 조합원에게 부담이 되는 계약을 다수 맺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구청측은 도시정비법 위반 관련으로 수성경찰서에 10건을 수사 의뢰하고 1건을 고발했다.
이에 대해 B업체 대표는 "많은 분이 희생되어 너무나 혼란스럽고, 감히 명복을 빈다는 말씀조차 할 수 없다"면서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으면서 분양이 저조했다. 너무 안타깝고 조합원들의 손실을 줄이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 조합원 일부와 유착이 있었다면 법적 책임을 벌써 받았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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