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정치인은 비판의 도마 위에 자주 오른다. 정치인을 조롱하는 유머들이 많은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유행했던 정치인 소재 유머 중 '정치인과 개의 공통점'이란 게 있다.

'가끔 주인도 몰라보고 짖거나 덤빌 때가 있다. 먹을 것을 주면 아무나 좋아한다. 어떻게 짖어도 개소리다. 자기 밥그릇은 절대로 뺏기지 않는 습성이 있다. 매도 그때뿐 옛날 버릇 못 고친다. 족보가 있지만 믿을 수 없다. 미치면 약도 없다' 등이다.

개가 등장하는, 정치인들이 자주 쓰는 문구도 있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말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사용하면서 유명해졌다. 주변의 눈치 보지 않고 자기의 소신을 꿋꿋이 밀어붙일 때 즐겨 인용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SNS를 통해 '어차피 기차는 갑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정진석 국회 부의장이 "자기 정치 하느냐"며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비판한 데 대한 답이었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라는 말에서 이 대표가 앞의 표현을 생략한 것이다.

집권당 수장인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여러모로 부적절했다. 한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미국과 동맹이란 현실, 국익 지키기 사이에서 신중하고 현명한 대처를 해야 하는 처지다. 우크라이나의 거듭된 요구에도 전쟁 무기를 직접 지원하지 않는 것도 이런 고민이 낳은 결과다. 단지 우크라이나의 요청 사항을 듣고 대통령에게 전달하기 위해 이 대표가 현지를 방문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정치 선배에 대한 예의도 찾아볼 수 없다. 자기 당의 5선 의원이자 국회 부의장을 사실상 개에 비유해 저격한 것은 도를 넘었다. 더욱이 이 대표가 자신과 관련한 성 상납 의혹을 희석시키려는 의도에서 우크라이나 방문을 강행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이 대표는 작년 8월 "저거 곧 정리된다"는 말을 해 당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겨냥한 발언이란 논란을 샀다. 정치인과 개의 공통점 중 옛날 버릇 못 고친다는 항목에 이 대표가 해당되는 것 같아 뒷맛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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