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대구에서 발생한 변호사 사무실 방화 참사는 여러모로 충격적이다. 우리 사회의 여러 어두운 단면들이 드러난 사건이라서 더 그렇다. 소송 패소에 앙심을 가진 50대 남성이 상대 변호사 사무실에 불을 질러 6명의 무고한 인명을 숨지게 한 분노 범죄라는 점이 특히 개탄스럽다. 사건에 대한 정확한 수사가 이뤄져야 하겠지만 드러난 사실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 중 하나인 법조계에 대한 심각한 테러라고밖에 볼 수 없다.
이전에도 판사·변호사에 대한 범죄 사건은 여러 차례 있었다. 1997년 이완용 후손의 재산권 소송에 불만을 품은 사람이 수원지법 지원장의 팔 등을 흉기로 찌르는 사건이 벌어졌다. 2007년에는 영화 '부러진 화살'의 실제 사건인 이른바 '판사 석궁 테러'가 있었다. 이 밖에도 2012년에는 법원 조정 결정 당사자에 의해 변호사와 직원들이 사무실에 감금당했고, 2014년에는 재판 결과에 불만을 품은 60대의 방화로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 사무실이 전소됐다.
이 같은 전례에 비춰 볼 때 9일 발생한 방화 참사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었던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안 그래도 변호사들은 재판·소송 결과를 둘러싸고 의뢰인들로부터 크고 작은 시비와 폭언 등을 겪는다고 호소한다. 따라서 이번 방화 참사를 본 법조인 및 변호사 사무실 직원들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는 엄청날 수밖에 없다. 대한변호사협회가 9일 사건 발생 직후 "변호사 개인을 향한 범죄를 넘어 사법 체계와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중대한 도전이자 야만 행위"라는 성명을 낸 것도 이 때문이다.
재판과 소송에서 아무리 불만이 있더라도 법조인들을 향해 분노와 증오를 표출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원고(인)·피고(인)로 나뉘어 송사를 대리하는 것은 변호사 본연의 역할인데 이를 부정하는 것은 우리 사법 체계를 부정하는 것과 하등 다를 바 없다. 하물며 법조인을 향해 범죄까지 저지른다면 그 어떤 명분으로도 용납할 수 없다.
9일 대한변협은 "변호사들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즉각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앙심 범죄로부터 법조인들을 지키는 것을 변협에만 맡길 일은 아니다. 유사 범죄나 모방 범죄로부터 법조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다각도의 대책을 우리 사회는 이제 모색해야 할 시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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