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헌혈해 드릴게멍!" 공혈견 살리는 '헌혈견'을 아시나요

국내 등록 헌혈견 559마리…25kg 이상, 2~8세 참여 가능
동물 학대 오해 있지만 피 잘 돌게 해 오히려 건강에 도움

헌혈을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검사가 필요하다. 검사 후 건강에 이상 없는 강아지만 헌혈이 가능하다.
"개들도 헌혈이 필요하다구요 멍멍!" 476호 헌혈견 마유가 활짝 웃는다.

면역매개성 빈혈로 입원한 땡이는 539호 헌혈견 보리의 혈액으로 1,2차 수혈을 받고 553호 헌혈견 해라의 혈액으로 3차 수혈을 받아 건강을 회복했다. 췌장암을 투병하다 급선 신부전까지 와버린 깜순이는 87호 헌혈견 달곤이에게 수혈을 받아 당뇨병성 케톤산증과 신장 수치가 내려갔다.

국내 반려견 숫자가 600만 마리에 육박하는 가운데 강아지 헌혈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동참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13일 한국헌혈견협회에 따르면 국내에 등록된 헌혈견은 559마리다. 협회는 정기적으로 헌혈 지원견을 모집해 이들로부터 얻은 혈액을 17개의 협력 동물병원에 공급하고 있다.

◆ 공혈견 도울 수 있는 헌혈견 "개들도 헌혈이 필요해요~"

"재작년쯤 좁은 케이지에서 채혈만 하다 죽는 강아지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너무 처참하더라고요. 그런 아이들을 줄여보고자 헌혈에 동참하게 됐어요" 경북 포항에 사는 김효정 씨는 476호 헌혈견 마유의 보호자다. 마유는 한국헌혈견협회 정회원으로 1년에 1~2번 정기헌혈에 참여한다.

강아지도 심한 출혈이나 혈소판 부족과 같은 증상이 있을 경우 사람과 마찬가지로 혈액을 수혈해야 한다. 국내 강아지 혈액은 민간 독점업체인 한국동물혈액은행에서 90% 이상을 취급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수혈만을 위해 길러지고 있는 강아지가 바로 '공혈견'이다. 한국헌혈견협회는 이러한 실상에서 공혈견들의 생명을 존중하기 위해 반려견 가족들의 헌혈 참여를 독려한다. 소수의 공혈견들이 감당해야 하는 혈액 수요가 반려가족들의 적절한 헌혈로써 조금이나마 해소 되기를 바란다.

한국헌혈견협회 소속 대형견들은 동물병원들과 협약을 맺고, 수혈이 필요한 강아지들을 위해 헌혈에 나서고 있다. 그 속에 마유가 노란 스카프를 매고 웃고 있다.
헌혈을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검사가 필요하다. 검사 후 건강에 이상 없는 강아지만 헌혈이 가능하다.

"헌혈한다고 아침부터 서둘렀더니 마유도 저도 정신이 없네요" 포항에 사는 마유는 헌혈을 하기 위해 대구범어동물병원을 찾았다. 매월 마지막 주 한국헌혈견협회는 정회원인 강아지 보호자들로부터 헌혈 참가 신청을 받는다. 대상자로 선정된 강아지는 보호자와 함께 정해진 날에 정해진 병원을 방문해 헌혈하게 된다. 헌혈할 수 있는 개의 조건은 몸무게 25kg 이상, 2살 이상 8살 이하(성견 기준 18개월 이상이면 가능), 심장사상충 예방과 구충 등 정기적인 예방 접종을 한 건강한 반려견이다. 보통 다리 혈관에서 300~350ml를 채혈한다. 다리 혈관에서 피가 나오지 않을 경우에는 목의 일부 털을 깎고 경맥을 통해 헌혈하기도 한다.

국내 최초
"헌혈하러 왔더니 사람들도 많고 행복하다멍~" 피 뽑는게 무섭지도 않은지 의료진의 손길을 갈구하는 천진난만 마유.

"마유야 이제 검사하러 가자" 의사의 부름에 마유가 꼬리치며 달려간다. 헌혈을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검사가 필요하다. 심장사상충, 진드기매개질병, 빈혈 유발 병원체 PCR 등을 거쳐 건강에 이상 없는 강아지만 헌혈이 가능하다. 혈액형 검사도 한다. 강아지는 혈액의 종류가 많다. 그중 가장 중요한 DEA1형 타입만 검사를 하는데 DEA1.1, DEA1.2, DEA1- 3가지로 구분된다. DEA1.1 형 혈액형이 대부분이고, DEA1-형 혈액형 비율이 가장 적다.

채혈이 끝난 후에는 자발적으로 헌혈에 나선
"나는 의사 선생님이 좋다~ 멍멍~" 의사 선생님과 교감하는 마유의 눈빛이 선하다.

검사실에서 나온 마유의 입에 빨간 줄이 감겼다. 순둥이 마유가 의사 선생님을 물기라도 했나 걱정스러운 맘으로 효정 씨를 쳐다보니 오해 말라는 듯 손을 내젓는다 "저 줄은 산책할 때 쓰는 리드줄인데요, 물림 사고 예방 차원으로 입에 감겨놓고 헌혈을 진행해요. 대형견은 아무래도 힘이 세다보니 괜히 신경을 쓰게 되더라고요. 대형견 보호자들도 항상 조심한답니다. 너무 미워하지만 말아주세요~"

◆강아지 헌혈이 동물학대? "피 잘 돌게 해 건강에 도움"

헌혈을 끝낸 마유가 효정 씨를 향해 달려온다. 힘들었을 법도 한데 씩씩하게 보호자를 잡아 이끈다. 포항으로 바로 올라가야 한다는 보호자의 말에 기자는 궁금증이 생긴다. "사람은 헌혈하면 영화표 주는데.. 강아지는 뭐 주는 거 없나요?" 효정 씨는 대뜸 한숨을 쉬더니 푸념을 늘여놓는다.

"선물은 바라지도 않아요. 헌혈하는 걸 두고 강아지 학대 아니냐고 질타만 안 하셨으면 좋겠네요" 나의 소중한 반려견이 적절한 횟수의 헌혈에 참여하는 것은 오히려 강아지의 건강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 적혈구 생산을 자극해 피를 더 잘 만들어내 대사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또한 헌혈견들은 헌혈에 참여하기 전 무상으로 건강검진(기본신처검사, 심층혈액검사, PCR검사, 혈액형검사)을 제공받는다. 이는 반려견 건강 관리에도 큰 도움이 된다. 영화표나, 커피 쿠폰은 아니지만 협회를 후원하는 많은 후원사들로부터 후원품도 제공받는다. 사료나 영양제 등 크진 않지만 알찬 선물이다.

마유의 헌혈증. 헌혈증에는 헌혈일과 혈액형, 견종, 사는 곳 등이 적혀있다.
한국헌혈견협회 소속 대형견들은 동물병원들과 협약을 맺고, 수혈이 필요한 강아지들을 위해 헌혈에 나서고 있다. 그 속에 마유가 노란 스카프를 매고 웃고 있다.

동물병원을 나서기 전 마유의 목에 노란 스카프가 묶였다. 스카프에는 한국헌혈견협회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요즘 개물림 사고도 많고, 대형견을 키우는 것만으로도 눈치 받기 일쑤인데 큰 친구들이 꼭 문제만 일으키는 게 아니라 순하고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모습도 알리고 싶어 스카프를 꼭 차고 다녀요" 병원을 나서자 몇몇 행인들이 마유에게 다가와 먼저 말을 걸었다.

스카프가 뭔가 싶어 말을 건넸다는 김연지(수성구 42) 씨는 헌혈견 이야기를 듣고 마유를 몇 번이나 쓰다듬었다. 이규민 (달서구 34) 씨는 "저는 집에 소형견을 키우는데, 우리 애가 아프면 이런 헌혈견들이 도움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소형견을 공격하는 대형견의 모습만 뉴스에서 봐 왔는데.. 이런 대형견들의 모습들도 많이 알려져야 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국내 최초 '한국헌혈견협회'(KCBDA, Korean Canine Blood Donor Association)는 수혈이 필요한 개들을 돕고 공혈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대형견 보호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민간단체다.

마유를 만나고 온 다음날 기자는 헌혈의 집을 방문했다. '이게 몇 년 만이지' 반성하던 찰나 최근 헌혈이 언제였냐는 간호사의 물음에 정곡이 찔린다. 마유와 헤어지기 전 효정 씨와의 대화가 귓속에 맴돈다."수의학회에서는 3개월에 한 번 헌혈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협회에서는 부담 없이 지속적인 참여를 위해 1년에 1~2번만 권장하고 있어요.

마유는 이제 연말쯤 헌혈 할 계획입니다" 6월 14일은 세계 헌혈의 날이다. 강아지도 다른 강아지를 위해 이토록 애를 쓰고 있는데, 사람도 나서봐야 하지 않겠나. "소중한 생명 살리는 헌혈, 우리도 하자구요!"

채혈이 끝난 후에는 자발적으로 헌혈에 나선 '헌혈견'에게 헌혈증이 주어진다.
마유의 헌혈증. 헌혈증에는 헌혈일과 혈액형, 견종, 사는 곳 등이 적혀있다.

※대형견 헌혈이 가능한 전국 연계병원을 소개합니다. 반려견에게는 건강검진과 명예를, 공혈견에게는 자유를 주는 헌혈에 많은 참여 바랍니다.

◆한국헌혈견협회 가입문의

- 031-535-5572
- www.한국헌혈견협회.kr

◆한국헌혈견협회 전국 연계병원

경기 일산동물의료원

경기동탄 24시이음동물의료센터

경기양주 로뎀나무동물의료센터

부산 다솜동물메디컬센터

전남 광주동물메디컬센터

서울강남 에이드동물병원

제주대학교부설동물병원

서울대학교부속동물병원

충남대학교부속동물병원

청주 24시고려동물메디컬센터

청주 24시이음동물의료센터

천안 24시스카이동물메디컬센터

울산 24시에스동물메디컬센터

울산 원헬스동물의료센터

대구 24시바른동물의료센터

대구 24시범어동물의료센터

대구 탑스동물메디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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