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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노트] 귀 막고 눈 감고…지도자 실종된 영주시

마경대 경북부 기자
마경대 경북부 기자

경북 영주시가 낙동강 최상류인 서천변에 1급 발암 물질인 납 등을 재활용하는 납 제련 공장을 몰래 허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지역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시민들은 "영주시가 투자유치 명목으로 낙동강 상류 청정지역에 독극물을 취급하는 공장을 허가한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허가가 취소 될 때까지 반대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벼르고 있다.

네티즌들도 "시민의 환경·건강·재산권 등 기본권 피해가 불 보듯 뻔한 허가는 무효다"며 "납 공장이 들어서면 소백산도 죽고 풍기인삼도 죽고, 소고기도 채소도 마음대로 못 먹는 죽음의 땅이 된다"고 비판을 쏟아냈다.

영주시는 지난해 7월 ㈜바이원으로부터 영주시 적서동 869-1번지 일대 부지 1만4천703㎡에 고철·비철금속, 폐금속류, 2차 폐축전지를 처리하는 폐기물처리업 사업계획서를 접수, 관련법 검토 등을 거쳐 지난해 10월 폐기물처리사업 계획서 적정 통보를 해줬다.

이 회사는 지난해 영주시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아 공장 2천 71㎡ 증축과 사무실, 기숙사 등 신축 공사를 진행 중이다.

이같은 사실(매일신문 5월 13일 보도)이 알려지자 26개 시민사회단체가 납폐기물제련공장 반대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구성, 1인 시위 등 집회에 나서고 있다. 허가 반대 운동이 시작된 지 벌써 한 달 째다. 거리 곳곳에는 수백 개의 현수막이 붙었고 시민들의 절규는 태산 같다.

하지만 몇몇 정치인을 제외한 대다수 사회지도층 인사들은 모두 귀를 막고 눈을 감고 있다. 임기가 끝난 정치인들은 나 몰라라 하고 당선인들은 임기가 시작되면 하겠다고 다들 묵묵부답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일부 정치인과 공무원들의 태도다. 주민 건강·환경권과 생존권이 달린 문제를 두고 갈라치기까지 하고 있다. 그래서 인·허가와 관련해 브로커 개입설 등 각종 의혹까지 제기된다.

소문과 달리 사회지도층이 브로커로 나서지 않았다면 주민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오해를 종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주민들은 "사업주가 허가 절차를 진행하면서 적서동 일부 주민만 접촉하고, 영주 전체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주민설명회나 사업설명회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도 영주시청은 납 제련 공장 관련 서류를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 "개인·법인 정보가 포함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주민 건강·환경권과 생존권이 걸린 사업을 주민들은 몰라도 된다는 것인가 되묻고 싶다.

영주시는 하루빨리 시민들의 물음에 답하고 사태 수습에 나서야 한다. 신뢰를 잃어버린 행정은 시민들로부터 냉혹한 심판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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