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의 한 골목 끝자락에 위치한 집, 문틈 사이로 갓난아기의 칭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주택가 벽면에 붙어있는 쪽방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빛도 잘 들지 않는 방 안에 기저귀 박스와 어지럽게 널려있는 육아용품이 보였다.
베트남에서 온 엄마 딩티훼(30) 씨는 아픈 아이를 보며 힘겹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엄마 속도 모르는 아이는 엄마를 빤히 바라보다 방긋 웃는다. 태어난 지 고작 6개월에 벌써 큰 수술을 한 차례 치른 아이. 항상 힘없이 늘어져만 있다가 모처럼 보여준 미소에, 엄마는 아이를 닦아주던 손수건으로 터져버린 눈물을 훔쳤다.
◆어려웠던 어린 시절 가족 위해 빚내서 한국으로
베트남에서의 어린 시절은 힘듦의 연속이었다. 딩티훼 씨는 오남매 중 넷째로 태어났다. 10살 때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선천적으로 몸이 아팠던 둘째 오빠마저 14살 때 세상을 떠났다. 두 차례나 가족을 잃은 딩티훼 씨는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며 스스로를 책임져 왔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사랑은 싹텄다. 어린 시절부터 같은 동네에서 자라온 지금의 남편은 딩티훼 씨에게 의지가 돼 줬다. 둘은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 유학행을 결심했다. 당장은 돈이 없었기에 대출을 통해 경상도의 한 대학에 등록할 수 있었다.
타국에서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기숙사가 지원되는 9개월까지는 어떻게든 버텼지만, 그 이후에는 생활비 문제로 결국 학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학교를 떠난 딩티훼 씨와 남편은 인근 농촌의 비닐하우스에서 살며 고된 농사일에 나섰다. 아이까지 임신한 딩티훼 씨는 배가 불러도 돈을 벌기 위해 계속 일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또 한번 위기가 닥쳤다. 지난 12월 딩티훼 씨는 아이를 출산했지만 아이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아이는 움직임도 없고 분유도 많이 먹지 않았다. 감기 정도의 심하지 않은 병이라 생각하고 병원을 찾은 딩티훼 씨는 생각지도 못한 진단을 받았다. 선천적으로 심장이 기형으로 태어나는 '전폐정맥결합이상'이었다. 심부전 증상 및 호흡 곤란으로 당장 수술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말에 딩티훼 씨는 무너져 내렸다.
◆희소병 걸린 아이 위해 공사현장 일용직으로 일하는 남편
당장 8천만원이라는 거액의 수술비가 필요했다. 비자 만료로 미등록외국인이 됐기에 의료보험도 적용이 안 된 탓이었다. 하루 벌어 하루 살기 바쁜 부부는 눈앞이 깜깜할 수밖에 없었다. 딩티훼 씨의 친정 엄마가 베트남에서 땅까지 팔아 돈을 부쳐줬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지인에게 막대한 빚을 지면서 아이의 수술을 마쳤다. 자그마치 빚만 3천만원이 쌓였다.
꾸준한 검사가 계속 필요해 딩티훼 씨의 시름은 더 깊어진다. 매번 검사에 약값까지 25만원 이상 나오는데, 남편은 일용직으로 일하기 때문에 수입이 일정하지 않다. 100만원 남짓한 돈으로 병원비와 세 식구의 생활비를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기만 한다.
딩티훼 씨는 그렇게 아픈 아이를 붙잡고 돈에 쫓기듯 매일을 보내고 있다. 단칸방인 쪽방에서 아이와 둘이 있다 보면 답답하지만, 아픈 아이를 생각하면 힘든 마음도 그저 견뎌낼 수밖에 없다. 아이 치료를 위해 최근 병원 근처로 이사를 오다 보니 주변에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베트남 친구들도 없다. 돈까지 빌린 친정엄마에게도 계속 부담을 주기 싫어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둘러댄다.
그런 그는 틈날 때마다 혼자서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 한국에서 통역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아이가 건강해지면 떳떳하게 같이 외출도 하고 베트남에 있는 할머니도 만나게 해주고 싶어서다. 그날을 위해 딩티훼 씨는 쪽방으로 난 창문을 바라보며 또 하루를 힘겹게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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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금내역]
◆홀로 아들 키우다가 병에 낙상사고까지 겹친 엄마 돌보는 대학생 이현우 씨에 1,998만원 전달
매일신문 이웃사랑 제작팀은 외도와 가정폭력으로부터 도망쳐 20여년간 홀로 아들을 키우다가 병에 낙상사고까지 겹쳐 입원 중인 엄마를 돌보는 대학생 이현우(매일신문 5월 31일 자 10면) 씨에 1천9백98만7천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에는 ▷박옥선 5만원 ▷송재일 2만원 ▷신종욱 2만원 ▷홍준표 2만원 ▷김강현 1만1천원 ▷박태용 1만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가정폭력을 피해 두 아들 홀로 키우다 암에 뇌종양 겹친 최혜수 씨에 1,623만원 성금
가정폭력에 두 아들을 데리고 도망쳐 홀로 돌보다가 자궁암에 뇌종양까지 겹쳐 힘든 최혜수(매일신문 6월 7일 자 10면) 씨에 42개 단체, 132명의 독자가 1천6백23만7천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 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DGB대구은행 1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100만원 ▷㈜태원전기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양홍석) 4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 국제의료기 25만원 ▷(재)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IBS(전병집) 20만원▷㈜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삼이시스템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이구팔육(김창화)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천마자동차전문학원 10만원 ▷㈜태광아이엔씨(박태진) 10만원 ▷김영준치과 10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10만원 ▷원일산업 10만원 ▷피플라이프(박태호)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최우진)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극동특수중량(김형중) 5만원 ▷더좋은이름연구소(성병찬) 5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세사리빙 범어점(임동숙) 5만원 ▷이전호세무사 5만원 ▷제이에스테크(김혜숙) 5만원 ▷중앙안과의원(김일경) 5만원 ▷채성기약국(채성기)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국선도평리수련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대원전설(전홍영) 2만원 ▷대창공업사 2만원 ▷모두케어(김태휘) 1만원 ▷하나회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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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사랑' '천유경 마리아' '홍종배베드로' 각 10만원 ▷'LIM KUN HE' '불자정순화' '재원수진' 각 5만원 ▷'동차미' 3만4천원 ▷'응원합니다' '지원정원' 각 3만원 ▷'석희석주' '해만진주이안' 각 2만원 ▷'조희수건강회복' '쾌유를빕니다' 각 1만원 ▷'따스한햇살' '애독자' 각 5천원 ▷'건강하세요' '이현우김수연' '최혜수님' 각 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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