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위기 극복 역량 모으지 못하는 게 가장 큰 경제 위험 요인

위기에 빠진 한국 경제를 보여주는 통계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4월 경상수지가 8천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흑자 기조를 이어 오던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것은 24개월 만이다. 경상수지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에서 흑자 규모가 1년 전보다 20억 달러 감소한 영향이 컸다.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수입이 수출보다 더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국가 재정 건전성을 보여주는 통합재정수지도 4월 적자가 확실시된다. 추가경정예산 등 정부 지출 확대로 재정수지는 올 들어 3월까지 이미 33조1천억 원 적자다. 경상·재정수지에서 '쌍둥이 적자'가 계속되면 한국 경제의 대외 신인도 하락은 물론이고 국내 자금 이탈이 우려된다. 여기에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高)까지 덮쳐 우리 경제는 설상가상이다.

초대형 복합 위기인 퍼펙트스톰이 몰려 오는 상황에서 정치권과 노동계의 모습은 위기 돌파 노력과는 거리가 멀다. 국회는 경기 회복을 위한 법안 심사를 내팽개친 채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대표와 중진 의원 싸움에 이어 '친윤 모임' 구성 논란 등으로 시끄럽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차기 당권을 두고 친문·친명 간 계파 싸움이 치열하다. 노동계는 제 몫 챙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민주노총은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제조·물류 비상사태를 초래한 데 이어 다음 달 금속노조 총파업을 예고했다.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정치권은 싸움에 치중하고, 경제 주체들은 각자도생에 여념이 없다. 25년 전 쌍둥이 적자로 경제가 허물어지는 와중에 정치권은 싸움을 계속하고, 경제 주체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축배에 취했다가 외환 위기를 맞았다. 지금의 상황이 그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역량을 제대로 모으지 못하는 것이 우리 경제를 나락으로 몰고 가는 가장 큰 위험 요인이다. 여야와 노사는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손을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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