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는 것을 보며 발칙한 생각을 해 보았다. 이 전쟁통에 돈으로 재미 보는 자는 누구일까. 매일 쏘아대고 파괴되는 다양한 무기를 보노라면 당연히 무기 제조나 판매상으로 귀결이 된다. 엄청난 인명 살상과 파괴를 보면 웃고 있는 또 다른 수익자는 없을까.
비슷한 주제로 머리를 쳤던 기억이 있다. 4년 전 태국의 휴양도시 파타야 때문에 알게 되었다. 당시 직원들과 함께 방콕 워크숍을 하는 동안 파타야를 잠시 들렀는데, 그곳 해변 뒷골목 전통시장의 뭔지 모를 이상야릇한 분위기에 놀란 적이 있었다. 이후 알아 보니, 그곳이 거대한 전쟁의 배후도시라는 사실과 군인 휴양지의 상업 행위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으며 태국이 세계적 관광지로 커 나가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파타야는 미국이 베트남 전쟁을 치를 때 전시 휴양을 목적으로 만든 배후 도시이다. 베트남의 전폭기가 출격하는 우타파오 공군기지와 방콕 사이의 초라한 어촌을 휴양도시로 조성한 것이다. 1965년부터 10여 년간 매년 미군 70만 명이 방콕의 도시와 파타야의 해변을 즐겼다고 한다. 베트남 전쟁이 끝난 이후의 미군 알앤알(Rest & Relaxation) 인프라 축은 유럽 남성으로 이동하였고 해변 뒷골목의 음침함이 그 흔적이었다. 요즘 많이 가는 태국의 푸껫, 인도네시아의 발리, 필리핀의 휴양지도 이후에 확산된 것이다.
여하튼 세계적인 휴양지의 이틀간 여행은 그동안 개발된 고급 요트 선상(船上) 먹거리 파티와 인근 섬 투어, 스노클링, 원숭이섬의 재미난 프로그램으로 이어졌다. 야간에만 형성되는 도심지 야시장 투어에서 만나는 현지 주민들의 삶도 묘한 느낌을 주었다. 자신의 마을이 누군지도 모를 군인 휴양도시로 바뀌며 집을 내주고 정작 본인은 작은 상점, 호텔의 벨보이, 메이드 등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전쟁이 준 행운일까, 피해일까. 먹고사는 데 도움이 된다면? 글로벌 시대에 너무 뒤떨어진 질문은 아닐까 하는 등의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다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돌아가 본다. 이 와중에 가만히 앉아서도 웃돈을 챙기는 다국적 기업이 속속 생겨나고 있었다. 에너지를 포함한 전 세계 원자재의 품귀와 가격 인상 때문에 제3의 기업들이 큰돈을 벌고 있다. 급기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월 10일 석유회사인 엑손을 지적하며 '하느님보다 돈을 더 벌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보유하고 있는 에너지 채굴권으로 생산량을 늘리면 가격이 떨어지고 러시아의 돈줄을 효과적으로 죌 것이라고 지적할 정도다. 무기 제조, 나라를 달리하는 군인 휴양도시를 넘어 전혀 무관해 보이는 기업까지 돈방석에 앉는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되놈(주인)이 번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전쟁의 고통을 곰의 재주에 비유해서 민망하지만 모든 현상의 이면에 숨은 이해관계자를 잘 파악해야 한다. 참혹한 전쟁에 필요한 구호물자나 피해 처리, 종전 이후의 복구사업을 국제사회는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갈까. 이왕 벌어진 상황에서 도움도 주고, 우리 기업의 경제적 기회는 없을까. 치밀한 준비로 성과도 거두며 실익이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물론 이것도 우크라이나가 무사할 경우일 것이다.
글을 쓰면서 전쟁영화 '콰이강의 다리'가 생각이 났다. 1957년에 제작된 실화와 소설 기반의 영화이다. 6년 전 한국 청년의 태국 취업 기회를 위해 김우중사관학교를 시작하며 태국에 관한 이해 차원에서 이 영화를 다시 보았다. 태평양전쟁 중에 일본군이 태국 방콕에서 버마의 랭군(미얀마의 양곤)으로 가는 철로의 교량 공사에 영국군 포로를 투입하며 일어나는 스토리이다.
단순한 전쟁 영화로만 알았는데, 나름대로의 철학도 쏠쏠히 숨어 있었다. 적에게 도움이 될 교량이지만 제대로 건설하려는 공학도 정신, 장교 중심의 조직 관리, 전쟁 포로를 대하는 모습 등이 이채로웠다. 글로벌 식견으로 보니 색다른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영국군의 휴양∙의료 부대는 벵골만을 사이에 둔 스리랑카의 실론, 콜롬보에 있었다. 그런데, 지금 스리랑카는 중국의 일대일로에 얽혀 '빚의 함정'에 빠져 있다. 섬유산업의 세계적 공장 지역인지라 한국 기업의 진출도 많은데 그 파장이 어디로 갈지 걱정도 된다. 현실이 전쟁이고 파장은 꼬리를 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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