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너무 현란한 경주 야간 경관 조명, "천년 고도 밤 분위기 망쳐"

은은한 단색의 프라하, 부다페스트 벤치마킹 해야

경북 경주 전역의 야간 경관 조명 대부분이 너무 현란하고 요란스러워 천년 고도의 밤 분위기를 망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은은한 단색으로 고풍스런 야경의 품격을 한껏 살려, 세계적인 관광 도시로 자리매김한 체코 프라하나 헝가리 부다페스트처럼 경주도 야간 경관 조명을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경주 공도교의 유흥가 같은 야간 경관 조명이 고도 경주의 품격을 망친다는 지적이다. 박진홍기자
경주 공도교의 유흥가 같은 야간 경관 조명이 고도 경주의 품격을 망친다는 지적이다. 박진홍기자

경주 예술의전당과 금장대 입구를 잇는 인도교인 공도교(237m)는 지난 3월 15억원을 들어 칼라 투광등과 미디어바를 설치했다. 요란한 조명 빛이 다리와 형산강 수면 위를 엇갈리게 비추면서 마치 유흥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특히 이 다리는 소설가 김동리 '무녀도'의 배경인 금장대와 선사시대 암각화, 신라시대 사찰 금장사터 등과 연결돼 있어 경망스런 야간 조명이 역사·문화 명소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있다.

서천의 동대교, 장군교, 서천교와 북천의 경주교 등도 상황은 비슷하다.

동대교에는 교량 난간 중간 부분 50여m 폭 3m 공간에 천마문양 등을 형형색색 말처럼 달리게 조명 처리했고 서천교 280m 전 구간에는 지난 5월 12억원을 들여 LED조명을 설치했다.

경주교의 나이트클럽 같은 야간 경관 조명이 고도 경주의 품격을 망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박진홍기자
경주교의 나이트클럽 같은 야간 경관 조명이 고도 경주의 품격을 망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박진홍기자

경주세무서와 신라중학교를 잇는 북천의 경주교 200여m 난간 옆면과 지하차도에는 빨강, 녹색, 파랑 등 현란한 원색이 잇따라 색을 바꾸며 마치 나이트클럽 같은 분위기다.

황리단길과 예술의전당 인근에 설치된 수많은 가로등 역시 3개 전등 가운데 중간 연꽃문양의 전등이 노랑, 빨강, 파란색 등으로 잇따라 색깔을 바꾸면서 경망스런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경주의 대표적 누각인 금장대도 기와지붕을 비추는 빨강색과 주황색 조명이 너무 탁해 고도 경주의 밤 분위기를 해치고 있다.

은은하고 단조로운 노란색 계통 야간 조명만 사용해 도시의 품격을 한껏 올린 체코 프라하성 야경,
은은하고 단조로운 노란색 계통 야간 조명만 사용해 도시의 품격을 한껏 올린 체코 프라하성 야경,

반면 체코 프라하·헝가리 부다페스트 야경의 경우 성이나 국회의사당 등을 은은하고 단조로운 노란색 계통의 야간 조명만 사용해 도시의 품격을 한껏 높이고 있다.

은은하고 단조로운 노란색 계통 야간 조명만 사용해 도시의 품격을 한껏 올린 헝가리 부다페스트 국회의사당.
은은하고 단조로운 노란색 계통 야간 조명만 사용해 도시의 품격을 한껏 올린 헝가리 부다페스트 국회의사당.

조명 전문가 김모(55) 씨는 "야간경관 조명과 관련, 원색과 많은 색상 사용을 피해야 한다"면서 "은은하고 우아한 단색을 사용해 고도 경주의 정체성을 살리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건축가 박모(62) 씨는 "15년전쯤 비교적 성공적이던 월정교, 동궁과 월지의 은은한 단색 야간 조명 이후 경주의 야간 조명은 급격히 추락했다"면서 "경주의 야간 조명 디자인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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