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임기 반환점을 돌면서 '이제 제대로 자기정치 한 번 해 보겠다'는 포부를 밝혔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하루 만에 안철수 국회의원를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이 대표는 13일 국민의당 대표였던 안 의원에게 합당 과정에서 국민의당 몫으로 배분하기로 했던 최고위원에 대한 추천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당내에선 이 대표가 차기 전당대회에서 당권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안 의원을 상대로 기선 제압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당직자 월례조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제가 요청한 것은 아니고 권성동 원내대표와 한기호 사무총장이 각자의 채널을 통해 최고위원회의에서 있었던 우려를 전달하기로 했다"며 재고 요청 과정을 소개했다.
앞서 안 의원은 최고위원 자리에 김윤 전 국민의당 서울시당위원장과 정점식 국민의힘 국회의원을 추천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 후배인 정 의원은 '친윤'(친윤석열) 인사로 분류된다.
이 대표는 "한 분(김윤)은 선거 과정에서 다소 강한 발언을 한 바 있어 안 의원에게 추천자로서 재고할 의사가 없는지 묻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3월 1일 국민의힘-국민의당 후보 단일화 협상이 난항을 겪자 "걸레는 아무리 빨아도 걸레다. 국민의힘은 고쳐 쓸 수 없다. 청산 대상이다"라며 강도 높은 비난을 한 바 있다.
정 의원 추천 건에 대해서는 "지난 4월 합당 시 국민의당 측 인사가 당직에 참여할 기회를 열자는 취지에서 당직 배분을 논의했던 것인데 국민의힘 출신 인사가 추천돼 의도가 조금 왜곡되는 측면이 있어서 그 부분도 재고를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당내에선 이 대표가 인재풀의 한계를 보이고 있는 안 의원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는 한편 안 의원과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관계자) 사이의 연결고리를 차단하기 위한 다중포석 차원에서 이 사안을 건든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굴러온 돌'인 안 의원이 당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 최근 동료의원들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는데 차기 전당대회에서 일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이 대표로선 좌시할 수만은 없었을 것"이라며 "두 사람이 이공계 출신으로 정치쇄신을 추구하는 '캐릭터'도 겹치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견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이번 재고 요청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안 의원 견제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안 의원과 당내 주류로 떠오른 '친윤계' 사이의 접점을 차단하는데 공을 들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안 의원이 이 대표의 최고위원 추천 재고 요청을 받아들일 경우 지역 출신으로 국민의당 비례대표 의원을 지낸 최연숙 국회의원이 최고위원에 추천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당 최고위원이라는 위상을 고려하면 현역 국회의원이 낙점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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