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준석, '자기 정치 해보겠다' 선언 하루 만에 안철수 견제 나섰다

13일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 추천 재고 요청…당권 경쟁자 상대로 기선 제압 나선 것이라는 해석 나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3월 1일 서울 서대문구 국립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관에서 열린 제103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3월 1일 서울 서대문구 국립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관에서 열린 제103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2일 임기 반환점을 돌면서 '이제 제대로 자기정치 한 번 해 보겠다'는 포부를 밝혔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하루 만에 안철수 국회의원를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이 대표는 13일 국민의당 대표였던 안 의원에게 합당 과정에서 국민의당 몫으로 배분하기로 했던 최고위원에 대한 추천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당내에선 이 대표가 차기 전당대회에서 당권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안 의원을 상대로 기선 제압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당직자 월례조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제가 요청한 것은 아니고 권성동 원내대표와 한기호 사무총장이 각자의 채널을 통해 최고위원회의에서 있었던 우려를 전달하기로 했다"며 재고 요청 과정을 소개했다.

앞서 안 의원은 최고위원 자리에 김윤 전 국민의당 서울시당위원장과 정점식 국민의힘 국회의원을 추천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 후배인 정 의원은 '친윤'(친윤석열) 인사로 분류된다.

이 대표는 "한 분(김윤)은 선거 과정에서 다소 강한 발언을 한 바 있어 안 의원에게 추천자로서 재고할 의사가 없는지 묻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3월 1일 국민의힘-국민의당 후보 단일화 협상이 난항을 겪자 "걸레는 아무리 빨아도 걸레다. 국민의힘은 고쳐 쓸 수 없다. 청산 대상이다"라며 강도 높은 비난을 한 바 있다.

정 의원 추천 건에 대해서는 "지난 4월 합당 시 국민의당 측 인사가 당직에 참여할 기회를 열자는 취지에서 당직 배분을 논의했던 것인데 국민의힘 출신 인사가 추천돼 의도가 조금 왜곡되는 측면이 있어서 그 부분도 재고를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당내에선 이 대표가 인재풀의 한계를 보이고 있는 안 의원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는 한편 안 의원과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관계자) 사이의 연결고리를 차단하기 위한 다중포석 차원에서 이 사안을 건든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굴러온 돌'인 안 의원이 당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 최근 동료의원들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는데 차기 전당대회에서 일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이 대표로선 좌시할 수만은 없었을 것"이라며 "두 사람이 이공계 출신으로 정치쇄신을 추구하는 '캐릭터'도 겹치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견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이번 재고 요청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안 의원 견제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안 의원과 당내 주류로 떠오른 '친윤계' 사이의 접점을 차단하는데 공을 들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안 의원이 이 대표의 최고위원 추천 재고 요청을 받아들일 경우 지역 출신으로 국민의당 비례대표 의원을 지낸 최연숙 국회의원이 최고위원에 추천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당 최고위원이라는 위상을 고려하면 현역 국회의원이 낙점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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