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아미 언니한테 물어보자."
안동의 한 시골 어린이집 대장은 '아미 언니'다. 미취학 연령에서도 그들만의 질서는 무시할 수 없는 법이다. 모든 놀이의 심판은 언니에게 귀결된다. 규칙이 모호하면 언니의 입에 주목하는 것이다. 한국어와 중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언니가 무리의 대장이라는 건 마을 주민들도 익히 안다. 아미 언니가 다문화가정 출신이라는 건 이들에게 하등 쓸모없는 정보다. 그저 똘똘한 아이로 인식될 뿐이다.
사마천의 사기열전은 전국시대 이름을 떨친 네 명의 귀공자를 소개한다. 이들은 천하의 인재를 끌어들여 빈객으로 모셨다. 자타공인 현자라는 이들이 자신을 알아주는 이에게 계책을 선보였고 때론 목숨도 내놓았다. 제나라 맹상군은 출신이나 과거를 따지지 않고 인재를 기용했다. 능력만 봤다. 죄를 짓고 도망친 사람도 있었다. 그가 위기에 빠졌을 때 판타지 소설처럼 구원자들이 뿅 하고 나타나 맹활약했던 것도 당연했다. 그가 진나라에 갇혀 꼼짝없이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 그를 구해낸 건 개 흉내를 내 도둑질하던 이와 닭 울음소리를 내 성문을 연 이였다.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이 꾸린 인수위원회를 보고 시민단체들이 성명서를 냈다. 비판과 견제를 해야 할 언론사 직원이 포함된 점을 지적하는 한편 인수위원들의 자질을 의심스러워했다. 의심을 받은 이 중에는 교수자문단장을 맡은 정태옥 경북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원장이 있었다. 그는 대구시 행정부시장을 지낸 정통 관료 출신이다. 대구를 잘 아는 이다. 대구 북구갑 국회의원도 지냈다. 국회의원 시절 논란이 됐던 '이부망천'(서울에서 살다가 이혼하면 부천 가고 망하면 인천 간다) 발언을 문제 삼은 것이었다.
시민단체의 성명서가 때에 따라 상당한 파급력을 발휘한 것을 기억한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다소 황당한 주장이다. 자문 임무를 맡은 그의 4년 전 발언이 도대체 어떤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인가. 그렇다고 민주 인사들을 능멸하는 발언이라도 했던가. 더구나 그는 충분한 사죄를 했다. 시민단체들이 강하게 음각한 주홍글씨로 읽힌다. 비판을 하더라도 잣대는 '능력'이어야 한다. 하나를 보면 열을 짐작한다는 공박이 수순일 것이나 열 수를 내다보는 통찰력은 보이지 않는다.
솔직해지자. 전과 4범인데 대통령선거 후보로 나온 사람이 있었다. 그에게도 버젓이 음주운전 전력이 있었다. 그럼에도 시민단체들이 성명서 한 줄 냈다는 걸 듣지 못했다.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는 거라서 안 냈다면 수긍이야 하겠다. 무엇보다 지지자들은 후보의 능력을 본다며 전과가 뭐 그리 중하냐는 반론을 폈었기 때문이다. 각 진영의 식견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다.
비슷한 궤도에 있는 비판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 방식도 있다. 단골로 나온 조언에는 '인재풀이 좁다'가 있다. 검사 출신이 많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겠으나 어폐가 있어 보인다. 인재풀이 넓을수록 좋은 건 맞겠지만 적절한 사람을 가려 쓰는 건, 인재를 걸러 내는 건 인사권자의 선구안에 달린 것이다. 검찰 출신이어서 걸러지는 게 역차별이다.
능력을 따져 결행한 인사의 정점으로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을 꼽아야겠다. 그는 검사 시절 현대자동차 비자금,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을 맡은 바 있다. 문재인 정권에서 터졌던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의 진상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간특해 보이는 꾀에 맞설 더 좋은 수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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