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 등이 국회가 행정입법의 통제권을 갖는 국회법 개정안을 14일 발의한다.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시행령·시행규칙)이 법률의 취지나 내용과 어긋날 때 국회 상임위원회가 소관 행정기관장에 수정·변경을 요청할 수 있고 해당 기관장은 '조치 후 보고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그대로 통과되면 국회가 행정입법의 수정·변경 권한을 갖게 돼 행정부는 사실상 국회 하부기관으로 전락하게 된다.
행정입법은 국회가 제·개정한 법률을 집행하기 위한 행정부 고유 권한으로, 국회가 수정·변경할 권한이 없다. "명령·규칙 또는 처분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대법원이 이를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을 가진다"(헌법 제107조). 시행령 등이 법률에 합치하는지는 사법부가 판단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국회법 개정안은 위헌 소지가 높다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행정입법은 실무적으로도 꼭 필요하다. 어떤 법률이든 완벽할 수는 없다. 특정 정책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법률에 빠짐없이 채워 넣기는 어렵다. 법률 제·개정 과정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허점이나 부작용, 사회 현실 변화 등에 신속하게 대처하려면 행정부가 구체적인 법률 운용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바로 시행령과 시행규칙이다.
2015년에도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이 똑같은 법안을 제출해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와 합의로 국회를 통과시킨 바 있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법률 공포는 무산됐다. 당시에도 위헌 논란이 크게 일었으나 새정치민주연합은 듣지 않았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의 새 정책 추진을 위한 법률 제·개정에 흔쾌히 협조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대선 패배에도 온갖 꼼수로 국민 60%가 반대하는 검수완박 법안을 강행 처리한 것을 보면 그렇다. 따라서 야당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윤석열 정부는 법률이 시행령 등에 위임한 범위를 최대한 확장해 정책을 시행하는 수밖에 없다. 국회법 개정 추진은 이를 못 하게 하겠다는 속셈이라는 의심을 피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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