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연극·뮤지컬, 가상공간으로 확장…새로운 시도하는 대구 공연계

오디오 연극 시도 ‘오디오시어터 안’, 메타버스 뮤지컬 제작 ‘안컴퍼니’

지난달 27일 오후 안건우 극단 시소 대표가 오디오 플랫폼
지난달 27일 오후 안건우 극단 시소 대표가 오디오 플랫폼 '흐름 드 살롱'을 통해 선보인 '행복한 가(家)' 낭독공연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디오시어터 안 제공

무대 위 실연(實演)이 기본인 공연예술이 현실 속 무대가 아닌 새로운 공간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인터넷 오디오 플랫폼을 통해 낭독공연이 이뤄지고, 메타버스 공간에서 공연하기 위한 시도도 속속 등장한다. 특히 이 같은 시도가 대구에서도 적극적으로 펼쳐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오디오 연극 시도하는 '오디오시어터 안'

지난달 27일 오후 9시 30분. 연극 '행복한 가(家)' 낭독공연이 펼쳐졌다. 장소는 인터넷 오디오 플랫폼 '흐름 드 살롱'. '행복한 가'는 지난 2015년 대구의 '극단 시소'가 거창국제연극제에서 대상과 연출상을 수상한 창작극이다. 이 작품이 오디오 플랫폼에서 공연된 까닭은 뭘까.

이날 공연은 TV가 보편화되지 않았던 시절 흥행했던 라디오드라마와 유사한 형태였다. 기존 연극처럼 배우가 대사로 감정 등을 표현하면서, 내레이터가 무대의 모습을 설명하거나 등장인물의 움직임과 상황 등을 설명하는 식이다.

이날 공연을 실시간으로 청취한 이들은 170명에 달했다. 이들은 공연을 청취하면서 실시간 채팅을 통해 작품에 대한 의견을 서로 주고받았다. 공연 후엔 감독‧출연진과의 대화의 시간도 마련됐다. 공연의 여운을 좀 더 이어가고 싶은 이들은 별도로 마련된 '뒷풀이 방'에 입장해 대화로 아쉬움을 달랬다.

이날 작품을 연출한 이는 안건우(49) 극단 시소 대표. 그는 1년 전쯤 건강상의 이유로 공연 활동을 쉬게 되면서 우연히 오디오 플랫폼을 접하게 됐고, '오디오 연극'의 가능성을 보게 됐다고 한다.

이후 안 대표는 지난해 10월 '흐름 드 살롱'에서 만난 이들과 세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을 낭독공연 형태로 선보인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매월 1차례씩 정기공연을 열고 있다. 개그맨 김학도, 뮤지컬 배우 제나,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69번'을 연기한 김윤태 등도 객원 배우로 참여했다. 이들은 바쁜 스케줄로 인해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갔지만, 꾸준히 함께 작업해온 이들은 자연스레 구성원이 됐다. 성우 최재호(한국성우협회 사무총장) 씨가 대표적이다. '오디오시어터 안'이라는 극단도 꾸려졌다.

안 대표는 "배우를 캐스팅하거나 스태프 참여를 요청한 게 아니라, 앞서 공연을 접하고 먼저 참여 의사를 밝혀왔다"며 "지역에서 전통적인 연극만 했다면 이같은 제안을 받을 수 있었을까 생각해보면서 오디오 연극의 큰 가능성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오디오 연극의 가장 큰 장점으로 '소통'을 꼽았다. 드라마‧영화와 달리 연극은 관객과의 소통을 추구하는데, 오디오 연극 또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란 것만 다를 뿐 전통적 연극과 다르지 않다. 공간적 한계가 없기에 오히려 더욱 다양한 지역의 많은 이와 소통할 수 있다는 게 안 대표의 설명이다.

청취자 박인환 씨는 "제작된 파일을 재생하는 기존 오디오 드라마와 달리 오디오 연극은 관객 참여 폭이 넓어 객석에 있는 느낌을 받는다"며 "채팅‧이모티콘을 통해 공연 중에도 감정표현이 가능하고, 공연 후엔 배우는 물론 다양한 지역에 사는 청취자와 음성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했다. '오디오시어터 안' 수석단원인 성우 최재호 씨는 "시각장애인과 저시력 노인 등 시청약자를 위한 콘텐츠로도 활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뮤지컬 제작사
'오디오시어터 안'이 지난달 27일 선보인 낭독공연 '행복한 가(家)' 웹포스터 이미지. 극단 시소 제공

안 대표는 다음 달 예정된 10회 공연을 온‧오프라인 동시에 진행할 예정이다. 청취자를 초청해 서울 대학로 한 극장에서 낭독공연을 하면서 실시간 '흐름 드 살롱'에 송출하는 방식이다.

안 대표는 "전통적인 연극 현장에선 경험하지 못했던 성취감이 크다"며 "연극을 알리면서 더욱 다양한 청취자들과 소통하고 싶다"고 말했다.

◆메타버스 뮤지컬 제작하는 '안컴퍼니'

메타버스 플랫폼 속 한 가상극장. 메타버스 플랫폼에 접속한 사용자가 아바타를 통해 극장에 들어서면 5분 정도 분량의 뮤지컬 갈라 공연이 펼쳐진다. 배경은 왕건과 후백제의 견훤이 대구 팔공산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였던 927년. 당시 상황을 3D로 구현한 배경 앞에서 태조 왕건이 등장해 얼터너티브 록을 접목한 뮤지컬 넘버 1곡을 부른다. 왕건의 움직임은 실제 사람의 안무를 녹화해 배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한다. 뮤지컬 제작사 '안컴퍼니'가 구상 중인 메타버스 콘텐츠다.

안 컴퍼니는 대구에 기반을 둔 신생 뮤지컬 제작사다. 2019년 설립해 첫 작품으로 지난해 5월 중극장용 창작뮤지컬 '라캄파넬라'를 선보이며 이름을 알렸다. 올해는 두 번째 창작뮤지컬 '인비저블'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하 DIMF) 창작지원작에 선정돼 DIMF 기간인 24일부터 26일까지 대구 어울아트센터 함지홀 무대에 오른다. '반지의 제왕'의 작가 톨킨과 '나니아 연대기'의 작가 루이스의 이야기를 뮤지컬로 풀어낸 작품이다.

안컴퍼니는 이와 함께 메타버스 공간에서 선보일 '태조왕건: 공산에 겸을 묻다'란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재)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의 지역특화콘텐츠 개발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된 콘텐츠로 올 하반기 선보일 예정이다.

안컴퍼니가 구상하는 작업이 '메타버스 뮤지컬'로 부르기엔 다소 무리가 있지만, 지역 뮤지컬계가 가상공간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변화는 주목할 만하다. 안정미(50) 안컴퍼니 대표겸 총괄프로듀서는 "다소 단순하고 기초적이긴 하지만, 전국적으로 메타버스 공연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 추세"라며 "이런 경험과 기술이 축적되고 상용화되면 메타버스 공연은 새로운 공연 장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뮤지컬 제작사 '안컴퍼니'가 구상한 메타버스 콘텐츠 초기 이미지. 현재는 이 구상에서 좀 더 발전시켜 뮤지컬 공연장 무대를 3D로 구현하고 등장하는 배우의 움직임은 실제 사람의 안무를 녹화해 배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할 계획이다. 안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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