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 전기차 아이오닉5 화재 사고로 탑승자 2명이 숨진 부산 강서구 남해고속도로 서부산요금소 현장 모습. 소방관들은 차 주변에 가벽을 세워 만든 임시 수조에 물을 쏟아부어 배터리를 물에 잠그고 불길을 잡았다. 부산소방재난본부
전기차 아이오닉5를 몰던 운전자와 동승자가 단독 충돌사고 직후 발생한 화재에서 미처 벗어나지 못해 숨진 사실이 전해졌다. 배터리 온도가 급속도로 오르는 '배터리 열폭주'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조선일보 14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11시 부산 강서구 남해고속도로 서부산요금소에서 전기차 아이오닉5가 톨게이트 직전 도로분리벽과 충격흡수대를 정면으로 들이받은 지 3초 만에 차량 전체가 불길에 휩싸였다.
불길은 화재 7시간여 만인 다음 날 오전 6시 이후에야 겨우 잡혔다. 자정을 넘긴 시점에서 다 끈 줄 알았던 불이 다시 붙기도 했다.
사고 차량은 검게 불탔고, 운전자와 동승자 등 모두 2명이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화재가 발생한 건 과속 등 차량을 무리하게 운전한 영향은 아닌 것으로 추정됐다.
부산강서경찰서 관계자는 "사고 지점은 하이패스가 아닌 현금 정산구역으로, 차량 파손 정도 등을 볼 때 차량이 고속으로 달리다 충돌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경찰이 확보한 CCTV 화면에 따르면 사고 차량은 충돌 직후 1, 2초 만에 차량 보닛 쪽에서 '펑' 하며 불길이 솟았고, 화재 3초 만에 불길이 차량 앞쪽 전체로 번졌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은 "사고 15분 만에 현장 도착했을 때 차량 내부까지 불이 번져 있었다"고 말했다.
사고는 전기차 배터리 온도가 순식간에 고온으로 치닫는 '배터리 열폭주' 때문인 것으로 일단 추정됐다. 배터리가 외부 충격에 손상되면 배터리팩 내부 온도가 섭씨 30~40도에서 800도로 치솟는 현상이다.

지난 4일 전기차 아이오닉5 화재 사고로 탑승자 2명이 숨진 부산 강서구 남해고속도로 서부산요금소 현장 모습. 가운데는 하이패스 게이트 주변에 설치된 충격흡수대와 도로분리벽. 네이버 지도
배터리는 작은 셀 단위를 차곡차곡 이어붙여 만드는데, 하나의 셀에서 고열이 나면 바로 옆 셀도 달아오르면서 도미노처럼 불이 붙을 수 있다.
나용운 국립소방연구원 연구사는 "배터리 열폭주는 배터리 손상 직후 1~2초 만에도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문 손잡이를 조작할 수 없어 탈출하지 못했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추정됐다. 아이오닉5는 충돌이 감지되면 손잡이가 튀어나오게 돼 있어서다.
지난 2020년 서울 용산 테슬라 모델X 화재 때는 사고 때 전기차의 매립식 손잡이가 열리지 않아 미처 탈출하지 못한 운전자가 숨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1차 부검 결과 탑승자들에게서 흉부 골절이 확인 점으로 볼 때 이들이 부상을 입어 신속히 대피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보인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화재 경우 불길을 잡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지적한다.
차량용 리튬이온 배터리는 외부 충격이나 내부 폭발에서 보호하고자 초고장력 강판 부품으로 덮어 두기 때문에 소화제가 침투하기 어렵고, 차를 통째로 수조 등 물에 담그거나 차 주변에 가벽을 치고서 배터리만 물에 담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조선일보에 "개발 중인 전고체 배터리는 열폭주로부터 안전하지만 실제 양산까지 최소 수년이 걸릴 것"이라며 "현재 전기차는 안전 운전만이 화재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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