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대구 문화소비 할인쿠폰

모현철 논설위원
모현철 논설위원

집 근처에 있던 대기업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지난달 문을 닫았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관람객 감소 등이 영업 종료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집에서 가깝고 관객이 많지 않아 자주 이용한 곳이어서 아쉬움이 컸다. 팬데믹 발발 이후 영화계는 산업 특성상 상대적으로 피해가 극심했다. 영화관을 찾는 대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즐긴 사람들이 많았다.

한동안 침체를 겪던 영화업계가 활기를 되찾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KOBIS)에 따르면 지난달 영화관을 찾은 관객 수는 1천455만여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37만9천여 명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 5월 관람객(1천806만여 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달 18일 개봉한 '범죄도시 2'는 관객 수 1천만 명을 돌파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이후 3년 만에 관객수 1천만 명을 넘은 한국 영화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주말을 맞아 배우 송강호 씨가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영화 '브로커'를 관람하기도 했다. 영화계엔 화색이 돌고 있다.

지역 극장가에도 관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취식도 가능해지다 보니 팝콘이나 간식거리, 음료수를 주문해 영화를 즐기는 관객이 부쩍 늘었다. 대구 공연·전시업계도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코로나로 모두가 힘들었지만 지역 예술인들에게는 더 가혹한 시간이었다.

코로나 확진자 감소 추세 속에 대구시가 지난 13일부터 지역 공연·문화업계 활성화를 위해 '대구형 문화소비 할인쿠폰'을 발급하고 있다. 할인쿠폰 지원 대상은 공연과 전시, 영화, 스포츠, 도서 등 5개 분야로, 지역에서 열리는 문화·스포츠 행사를 온라인으로 예약할 경우 1인당 최대 8천 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 쿠폰 할인은 선착순으로 진행되며 도서 구입 할인은 이달 말 시작한다.

대구형 문화소비 할인쿠폰을 발급받아 전시와 영화, 문화 행사를 보면서 문화 향유의 기회를 누리면 어떨까. 코로나와 경제불황으로 지친 마음을 위로받을 수 있을 것이다. 기약 없는 긴 기다림의 터널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관객들을 기다리면서 작품·예술 활동에 매진한 지역 예술가들에게 힘을 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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