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 없는 공직자 임명이란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김창기 국세청장을 임명했다. 21대 후반기 국회 원(院) 구성 협상이 진척되지 않아 한 달이 다 되도록 인사청문 절차가 진행되지 못하자 윤 대통령이 국세청 고유 업무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임명을 강행한 것이다. 2003년 국세청장 인사청문회 도입 이후 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국세청장이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김 청장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안을 국회에 송부했다. 그러나 인사청문회법이 규정한 20일이 경과한 7일까지 청문회가 열리지 못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했으나 기한인 10일까지도 절차가 진행되지 못했다.
앞으로 더 기다리면 청문회가 열릴 수 있을지도 회의적이다. 원 구성 협상이 언제 타결될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무리수라는 비판을 감수하고라도 임명을 강행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을 것이다.
이는 국민이 국세 행정에 대한 김 청장의 식견과 철학, 비전을 검증할 기회를 무산시킨 심각한 직무 유기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물론 만취 운전, 논문 중복 게재, 이해충돌 등 치명적인 도덕적 하자가 있는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개최도 불투명하다. 청문 절차는 오는 20일까지 마쳐야 하지만 여야는 일정 협상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책임이 있지만 경중을 따지자면 민주당의 책임이 더 크다. 여당이었을 때 후반기 국회 법사위원장을 야당에 넘기기로 한 약속을 대선 패배 후 파기했다. 이에 대한 비난이 거세게 일자 이번에는 법사위의 법률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를 들고나왔다. 법사위를 넘기더라도 권한을 대폭 축소해 거야(巨野)에 대한 소여(小與)의 견제를 약화시키겠다는 의도이다. 민주당은 원 구성 협상이 조속히 타결되도록 약속을 지켜야 한다.
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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