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법치와 시장경제 훼손하면서 화물연대에 굴복한 정부

민노총 소속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8일 만에 철회됐다. 산업계 전반에 물류 피해가 확산하자 화물연대와 정부가 안전운임제 연장·후속 논의라는 타협점을 찾았다.

화물연대·정부의 합의 핵심 내용은 올해 말 일몰 예정인 안전운임제를 연장해 시행하고, 그 대상을 현행 컨테이너·시멘트 운송 차량에서 다른 분야로 확대하는 논의를 이어 간다는 것이다. 정부는 안전운임제 영구화가 아닌 단순 연장이라고 의미를 부여하지만 실제로는 별 차이가 없다. 게다가 안전운임제 확대에 사실상 동의했다. 또한 복귀한 화물연대 조합원에 대한 '일체의 불이익이 없어야 한다'는 데 국토교통부가 협조하기로 약속했다. 불법행위 등으로 입건된 사람에 대한 선처는 물론 엄청난 피해가 발생한 데 대한 민·형사 책임도 면책해 주겠다는 취지에 다름 아니다. 유가 상승에 따른 보조금 제도 확대, 운송료 합리화 지원 등도 약속해 줬다. 화물연대의 일방적 승리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산업 전반에 2조 원이 넘는 막대한 피해와 대혼란이 초래됐는데도 화물연대, 정부, 국회 모두 반성과 책임을 지는 모습이 없는 것도 문제다. 파업을 촉발시킨 안전운임제를 폐지할지 말지에 대한 결론도 없이 미봉에 그쳐 산업계만 파업 피해를 떠안게 됐다. 중간에 끼어 피해를 당한 산업계로서는 '기업이 희생양, 봉이냐'는 불만은 물론 향후 안전운임제를 둘러싼 파업 재발 등에 대한 불안을 계속 안고 갈 수밖에 없다.

정부는 파업 종료에만 급급해 법치와 시장경제를 무시한 합의를 해 줬다. '떼법' 파업에 굴복하는 행태를 되풀이했다.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의식했던 민노총에 정부는 더 과감한 투쟁에 나설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 법과 원칙을 내세우며 민간의 문제에 불개입 태도를 천명했던 정부가 화물연대 파업에서 이와 배치되는 해결 방식을 택해 또 다른 파업을 불러올 우려도 크다. 법치와 시장경제 원칙을 훼손하면서 화물연대에 굴복한 정부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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