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각한다. "날마다 깨달아 가는 순간의 이어짐이 삶이라고"
고등학교 교과과정을 마칠 즈음이면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의 지식을 가진다고 한다. 대학부터는 전공을 선택하게 되는데 남들이 잘 모르는 분야를 공부하게 되고 그것은 직장을 선택할 때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한다. 하지만 어떤 연유에서인지 사람들은 대학을 졸업하면서부터 배움으로부터 멀어진다.
그리 목말라하지 않는 듯도 하다. 비록 교과서 중심에서는 벗어났다고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삶이라는 학교에서 보고 느끼는 것을 복기(復棋)하는 자세로 살아야 한다. 앞서 말한 듯이 날마다 깨달아 가는 것, 그리고 그 순간들이 모여 비로소 인생이라는 한 작품이 완성된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코로나가 우리에게 가져다준 변화는 참으로 크지만, 교육에 대한 부분은 가히 혁신적이라 해도 될 만큼 상당하다. 기존 대면으로 만나 사람들의 숨소리를 듣고 오감(五感)이 사용되어 수업을 듣던 방식과는 달리, 작은 화면 너머로 보이는 얼굴, 목소리만으로 강의와 토론이 이루어지고 있다. 순기능을 보자면 시간을 절약하고, 물리적 공간의 제약을 극복한다는 것과 같은 장점도 있다.
온라인 강의실에 들어가 보면 참으로 여러 사람을 쉽게 만난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몇 해 전의 일이다. 정해진 일반 교육을 마치고 참석자 100명은 작은 인원으로 나누어진 방으로 이동되어 토론을 이어가고 있었다. 아직 서로를 잘 알지 못하는 터라 조심스러운 마음에 말을 아끼고 있는데, 좌장으로 지명된 사람이 있었음에도 한 사람의 목소리가 점차 크게 들려온다.
그의 말, 내용에는 틀림이 없었으나, 듣기에 그리 편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그 방에 있던 사람들은 소리 없이 한두 명씩 퇴장하고 있었다. 말을 듣고 있던 나는 그때부터 그 사람에 대하여 유심히 보았다. 왜 듣는 사람의 기분이 좋지 않을까에 대하여 말이다.
그는 가르치고 있었다.그는 외적으로는 겸손을 표방하고 있으면서도 누구를 가르치는 모습이 너무나 강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의견에 대하여 공감을 하기보다 자신의 판단이 정확하니 따르라는 인상을 주었다. 십여 분 정도 이야기가 진행될 무렵, 그 방에 있던 사람들 절반이 나가자 좌장으로 지명된 분의 반응이 자못 궁금하였다.
좌장은 그를 존중하면서도 다른 이들에게도 공정하게 발언권을 주려고 노력하였다. 다소 다혈질인 사람이었다면 그의 말을 중단하고 진행할 수 있었겠지만, 미소를 지으며 여유있는 모습이 참으로 존경스럽게 보였다.
◆틀렸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다르다고 말해야
남의 생각을 판단하려 들지 않아야 한다.
하루에 오만가지의 생각을 함에도 다른 사람이 나와 다른 생각을 한다고 해서 그것이 틀렸다고 하고, 그릇된 것이라 말하는 것은 무척이나 겸손하지 못하고 미성숙한 태도이다.
'틀렸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다르다'라고 생각하고 상대를 존중해야 한다. 비호감의 인상을 받는 길은 생각보다 무척 간단하다. 적을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은 남을 무시하고 자신이 잘난 척하는 것이다. 특히 첫 만남에서 이런 행동과 모습을 보인다면 다음의 인연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사실 사람은 누구나 생태적으로 심리적 우월감을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하여 미국 스텐퍼드 대학교 톰 길로비치 박사는 '웨비곤 효수효과'라고 해서 심리적으로 자신이 누구보다 똑똑하고 멋있다고 믿는다고 한다. 그렇기에 우리가 과도한 자존감을 내세우며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잘못된 것이라 할 수는 없다.
인간이 생태적으로 우월감을 가지고 있다지만, 우리는 공부를 통해 배워 그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그것이 바로 겸손이다. "인생은 한평생 겸손에 대한 오랜 수업이다"라는 말을 남긴 피터팬을 쓴 제임스 메리처럼 겸손을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
중국의 어느 장수의 이야기가 있다. 이 장수는 전쟁에서는 가장 먼저 선봉으로 나서며 병사들을 아끼었고, 승리하고 성으로 돌아올 때는 고생한 병사들을 먼저 환영의 행렬에 보내고 자신은 제일 뒤에 들어갔다고 한다. 이에 대하여 이 장수가 하는 말, "내가 아니라, 말이 잘 달리지를 못해서 뒤에 따라갔을 뿐이다"라고 겸손의 말을 하였다.
◆겸손하고 싶다면 자신이 자만하다는 것을 알아야
진정한 자존감과 겸손은 어쩌면 연결이 되어있지 않을까? 남들이 알아주는 순간에만 행복을 느낀다면 그것은 어쩌면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의 모습일 수 있다. 이에 대하여 공자는 논어의 첫 문장 중에서 이런 말을 하였다.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 [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
상대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성내지 않으면 군자가 아닌가?
누구나 대단한 일을 한다. 상고의 황제로부터 전한의 무제까지 2천 년에 걸친 통사를 쓴 사마천의 사기가 아닌, 공자의 뜻을 따라 그의 말을 책으로 엮은 논어가 아닐지라도 각자는 나름대로 인생의 책을 써 내려가고 있다. 그러나 군자들은 자신의 글, 업적에 대하여 스스로 평가절하하고 그의 말은 겸손하였다.
요즘처럼 세상 물정이 밝은 시대는 없었다. 말하지 않아도 자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다른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다. 그러므로 굳이 과도한 표현은 필요치 않다. 사랑함에도 표현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인간관계에서 과한 자기표현은 오히려 친구가 아니라 적을 만드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진정 겸손하고 싶다면 자신이 자만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 순간이 겸손의 시작이다"라는 말이 있다. 자신을 겸손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가 얼마나 자만한가에 대하여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미국의 수많은 대통령 중에서 유일하게 4선을 한 대통령인 루즈벨트. 그의 회고록에는 성공하려면 질문하라고 되어있다.
비록 알지라도 한 번 더 묻는 말은 상대를 존중하는 의미임에 동시에 현상을 한 번 더 확인하며 겸손할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이었다. 오늘. SNS를 통해 근거 없는 자만심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진정한 공부. 겸손에 대하여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행복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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