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안전, 사업주 노력만으론 버겁다

양승수 안전보건공단 사고조사센터장

양승수 안전보건공단 광역사고조사센터장. 안전보건공단 대구광역본부 제공
양승수 안전보건공단 광역사고조사센터장. 안전보건공단 대구광역본부 제공

내 생명은 누가 지켜줄까?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의 안전 및 보건을 유지‧증진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산업안전보건법이 나를 계속해서 지켜줄 수 있는가? 말이다.

정부는 근로자의 안전 및 보건확보를 위해 여러 가지 제도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경영자의 안전의무를 강제하기 위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올해 초부터 시행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대 산업재해의 가시적인 감소는 커녕 경영활동만 위축시킨다며 법 개정 목소리만 커지고 있다.

안전관리처럼 구성원들의 순응도가 높지 않은 사회규범은 일반적으로 3단계를 거치면서 발전한다고 한다.

첫 번째는 규제(Enforcement) 단계이다. 사회규범을 도입하여 조기에 정착시키기 위해 법과 제도를 만들어 강제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사회규범의 이행을 시스템(System)화 하는 것이다. 구성원들이 사회규범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주도적으로 노력하는 단계이다.

세 번째는 사회규범을 문화(Culture)화 하는 것이다. 사회규범이 마음과 몸에 베여 당연히 해야 하는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다.

2021년 기준 국민소득 35,168달러,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 선진국으로 공식화한 대한민국 국민의 일원으로서 나의 안전은 내가 주도하고 습관화 하는 안전에 대한 품격을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고는 안전시설이 불량하거나 안전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불안전한 환경에서 개인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았거나 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않는 근로자의 불안전한 행동에 의해서 발생된다.

사람의 휴먼에러 또는 신체적, 심리적 한계를 고려하여 물리적인 안전조치를 철저하게 하는 것이 먼저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기 때문에 사업주에게 근로자 안전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요구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재해자가 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않아서 사고가 난 것으로 몰리기도 한다.

수년간 사업장의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조사하고 예방활동을 수행한 사람으로서 나의 안전을 내가 아닌 그 누군가에 기대고 심지어 요행을 바라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기상청은 올해 여름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무더울 것으로 전망했다. 여름철에는 폭염으로 인한 열사병 등 온열질환 재해와 장마로 인한 고온 다습한 환경에서 자주 발생하는 감전재해와 질식재해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장시간 실외활동을 자제하고 물, 그늘, 휴식 등 온열질환 예방 3대 수칙을 잘 지켜야 한다. 그리고 날씨가 더워지면서 미생물들이 활발히 번식하며 밀폐공간내의 산소를 소모한다. 이때, 산소결핍 상황이 만들어지고 고농도 황화수소가 생성되어 질식 사고에 이르게 되므로 출입 전 사전 안전점검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여름철은 높은 습도와 침수로 인한 전기기기의 누전과 땀으로 인해 인체의 전기저항이 낮아져 감전재해 발생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접지실시, 누전차단기 설치, 전기 작업 시 전원차단 등 안전조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작업자 개인이 이에 대한 위험성을 인식하고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심찮게 지적되고 사회문제로 비화되곤 하는 배달 라이더의 교통법규 무시와 과속운전의 배경에는 고객의 빠른 배달요구와 수익이라는 반대급부가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배달 라이더 자신의 생명보다 우선 할 수 없고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

잘못을 자신에게서 찾는다는 반구저기(反求諸己)라는 말이 있다.

작업자는 누구를 위하여 안전대, 안전모 등 개인보호구를 착용하고 안전수칙을 지키는가? 다름 아닌 나를 위해서 아니겠는가? 인심 쓰듯이 누가를 위해서가 아님을 알았으면 한다.

산업재해 사망사고 조사 및 뒤처리 말미에 들려오는 유족간의 보상금 다툼은 우리가 왜 변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 주고 있다.

양손이 맞닿을 때 박수소리가 크게 난다. 안전에 대한 법과 정책이 중시되고 환경이 조성되더라도 구성원 들이 이에 동조하지 않으면 효과는 반감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노사 모두가 합심하여 안전관리를 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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