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간 주도 성장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가 16일 법인세를 비롯한 각종 세금 인하, 규제 완화 등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정책 방향을 대거 발표했다.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추진하고, 규제 완화 드라이브에도 본격적으로 나선다. 공공·연금, 노동, 교육, 금융, 서비스 등 5대 부문에 대한 구조개혁도 추진한다.
◆민간 투자 확대 유도
정부는 이날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민간 중심의 역동적 경제를 만들기 위한 첫 번째 방안으로 규제 개혁을 제시했다. 정부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팀장을 맡고 관계 장관이 참여하는 경제 규제혁신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해 규제 완화 실무작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강력한 규제 억제를 위해 '원인 투아웃(One In, Two Out)' 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다. '원인 투아웃'은 규제 1개를 신설하거나 강화할 경우 그 규제비용 2배에 해당하는 기존 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하도록 하는 제도다. 정부는 신설·강화하는 규제 영향을 분석할 때 폐지·완화 규제를 반드시 함께 검토하도록 하는 등 관련 제도를 정비해 '원인 투아웃' 룰 효과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중앙정부 권한인 각종 인·허가권 등 규제 중 일부는 지방정부로 이양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부는 2009년 국토계획법상 도시계획 수립 권한을 지자체로 넘겨 해당 지역 여건에 맞게 토지 용도 등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한 바 있다. 다만 지역 경제계에선 이날 발표에 수도권 규제 완화 방침이 명시되진 않았지만 향후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수도권 규제 완화를 위한 카드를 꺼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함께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재 25%에서 22%로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법인세 최고세율이 조정되는 것은 2017년 이후 5년 만이다. 세법이 개정된다면 법인세 최고세율은 문재인 정부 이전인 이명박·박근혜 정부 수준으로 돌아가게 된다.
다만 법인세 최고세율은 일부 대기업에만 적용돼 '대기업 감세'를 추진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법인세율 인하 등은 세법 개정 사안인 만큼 국회 통과를 위해선 야당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정부는 중대재해법에 대해선 우선 시행령을 개정해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명확히 규정하겠다고 밝혔다. 또 전문가 TF를 통해 처벌 규정, 작업 중지 조항 등과 관련한 현장 애로와 법리적 문제점의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재해 예방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정당하게 제값 받는 환경을 위해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안을 마련해 추진한다. 납품단가 연동 표준계약서를 권장하는 방식으로 하반기에 납품단가 연동제를 시범 운영한 뒤 이를 토대로 수용성 높은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연동을 강제할지 인센티브를 줄지 등 구체적 연동제 방식은 연구용역과 시범운영 결과 등을 보면서 더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균형발전과 상생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정부는 지역 주도의 초광역 메가시티(거대 도시) 조성과 기업의 낙후 지역 지방이전 지원을 확대한다. 행정적으로 구분돼 있으나 같은 경제·생활권으로 묶이는 초광역 메가시티를 중심으로 신산업 생태계 육성, 교통인프라 구축 등을 권역별 맞춤형으로 지원한다.
지자체와 대학 간 협력에 필요한 고등교육분야 맞춤형 규제 특례는 최대 6년간 제공한다. 또 신규 국가산단을 조성하고 역사·문화 등 지역의 고유 자산을 활용해 차별화된 강소도시를 육성한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기 위해 기업의 낙후지역 지방 이전에 대한 세제 지원도 늘린다. 균형발전정책에 부합하는 보조사업은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균특회계)로 전환하고, 낙후지역에 더 많이 배분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지역소멸에 대응하고자 인구감소지역에 국공립어린이집을 우선 설치하는 한편 유·초·중·고등학교 교원·시설을 통합운영하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특별지원한다. 인구감소지역 89곳과 관심지역 18곳이 10년간(2022∼2031년) 매년 1조원을 지원받는 지역소멸대응기금을 마중물로 활용, 지역생활 인프라 개선도 추진한다. 하지만 기존 균형발전 정책과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새 정부에서 추진하는 균형발전 정책의 내용이 빈약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편 사회간접자본(SOC)과 연구개발(R&D) 예비타당성 조사는 대상 기준을 기존 500억원에서 1천억원으로 상향조정하기로 했다. 아울러 유턴기업의 인정 요건을 완화하고, 첨단산업과 신기술 중심으로 유턴 유인을 확대해 공급망 변화에 대응하겠다고 정부는 밝혔다. 해외 생산을 국내 직접 생산으로 전환하거나 기존 국내 사업장의 유휴공간에 설비 투자를 하는 기업도 유턴기업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해외 사업장을 구조조정한 뒤 국내로 유턴한 기업에 대한 조세 감면 요건을 완화한다.

◆대학 혁신 추진… 원전 경쟁력 강화
산업현장 수요를 반영한 인재를 키우고 교육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고등교육 분야 규제를 풀고 교부금 제도를 손질한다. 먼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를 손질하기로 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17개 시·도 교육청에 배분돼 유·초·중·고교 교육에 쓰이는 예산으로,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 일부로 조성한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법적인 교부율(내국세의 20.79%)을 건드린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고등교육까지는 교부금이 사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활용도, 대상을 넓힌다는 측면에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유·초·중·고교생에게 쓰던 예산을 일부 떼어 대학에 지원한다는 뜻이다.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서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활용한 지역 특별 지원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어 첨단산업 인력 양성을 위한 대학교육의 자율성을 강화하고 규제를 줄이기로 했다. 반도체 등 첨단분야 인력 양성을 저해하는 규제를 풀고, 첨단분야 정원을 크게 확대할 계획이다. 범부처 협업 추진체계를 꾸려 첨단분야 인력 양성 대책도 마련한다.
대학 자율성을 무너뜨린다는 지적을 받아온 대학 평가는 올해 12월까지 자율계획에 따른 선(先)지원-후(後)관리 방식으로 개편할 방침이다. 정부는 지역 중심 교육체계를 갖추기 위해 지역고등교육위원회를 설치하고 지자체가 지방대를 통한 지역인재 육성을 주도하도록 할 계획이다.
아울러 정부는 '탈원전 정책' 폐기에도 속도를 내는 동시에 원전 경쟁력 강화를 추진한다. 이를 위해 주요 예비품 선 발주 등 일감 조기 창출을 통한 국내 원전 산업 생태계 회복에 나설 계획이다.
차세대 원전으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전(SMR)과 4세대 원자로, 원전 연계 수소 생산 등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미래 유망 기술 개발도 추진한다. 오는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목표로 적극적인 수주 활동 역시 전개하기로 했다. 이 밖에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조속히 재개하고 운영허가 기간이 만료되는 원전을 계속 운영하겠다고도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기초연금은 40만원으로 10만원 인상하고 국가유공자와 한부모가족 지원 대상을 확대한다. 아픈 근로자가 쉬면서 치료할 수 있도록 소득 일부를 보전해주는 '상병수당'과 관련해선 시범사업 모형을 다양화한 뒤 사회적 논의를 거쳐 정식 도입을 추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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