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가 창궐하는 계절이 왔다. 피를 빠는 건 모기의 본능일진대 혈 보시도 한두 번이다. 피도 눈물도 없이 죽자사자 피를 빨려고 달려드니 여간 피곤한 게 아니다. 서너 방 물리고 나면 오기가 생긴다. 피부를 오돌토돌하게 만든 모기 찾기에 혈안이 된다. 손바닥을 복수의 선혈로 적시지 않으면 잠도 못 잔다. 불구대천지원수에게나 보일 응징의 자세로 발본색원의 기운이 곤두선다. 핏발 선 눈에 날지 못하는, 움직이지 못할 만큼 피를 빨아댔기에 배가 발간 것이 혈색도 좋은 모기가 걸린다. 다짜고짜 바늘을 꽂아 넣던 절륜한 기백은 온데간데없고 파르르 떨고 있는 모기를 보며 문득 한 문장이 스친다. '모기에게 세 끼가 보장됐다면.'
요즘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폭주를 보노라면 모기의 폭식과 닮은 듯하다. 서두르는 기색이 만면하다. 원내 다수당으로서 혈기를 유감없이 드러낸다. 언제 또 권력을 잡을지 모른다는 조바심마저 전해진다. 그도 그럴 것이 민주당은 선거 3연패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세대 교체 요구에도 직면해 있다. 불안감이 클 것이다. 인구 구조도 노령화되고 있다. 자민당이 장기 집권하는 일본을 보면 간담이 서늘할 것이다.
그럴수록 국민 여론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지금의 입법 폭주가 지지층의 반응에 따른 거라면 분명 판단 착오다. "뒷일은 우리가 책임지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해"와 같은 기형적 팬덤 정치의 발현은 세대 교체보다 먼저 수습돼야 한다. 응원성 격려나 비판적 지지가 아닌 추앙에 가깝다. 그러니 정적에게 날리는 문자 폭탄이 민주주의의 양념이 되고, 민주시민이라면 마땅히 양념을 쳐야 되는 것인 양 린치를 가해도 정의롭다 여기는 것이다.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지난 선거들을 반추해 볼 일이다. 권력 상실의 공통분모는 '자만하면 망한다'는 것이다. 신한국당의 1996년 노동법 날치기 통과는 1997년 새정치국민회의에 대선 승리를,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발의는 같은 해 총선 열린우리당에 압승을, 2016년 새누리당의 '옥새 들고 나르샤'는 민주당에 총선 승리를 안겼다. 민심의 도저한 흐름은 분명하다. 주인이 누군지 모르고 자만한 위정자들을 차례로 심판한 역사였다. 다수당이라는 무기로 서둘러 덤벼들면 애초 의도는 퇴색된다. 기회는 분명 또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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