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힘 "文정부 월북 몰이"-민주 "尹정부 사실 호도"

정권 바뀌고 결론 뒤집힌 '서해 피살' 사건…여야, '월북 증거' 진실공방
與 "수사기록 공개, 진상 규명을"…野 "입장 번복 정치적 의도 깔려"

2020년 9월 북한군이 피살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형 이래진 씨가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회관에서 전날 대통령실과 해양경찰이 발표한 이른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9월에 벌어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해양경찰청과 국방부가 '자진 월북'이라던 수사 결과를 뒤집으면서 여야가 정면충돌했다.

새로운 증거 없이 달라진 해석에 2년 전 야당이었던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의 월북 몰이가 사실로 드러났다"며 공세를 퍼부었고, 현재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교묘하게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며 번복 근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로써 지난 3월 인사권에 이어 또다시 신구(新舊) 권력 간 갈등의 불꽃이 튀는 양상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방부와 해경은 기존 월북 판단에 대해 명확한 근거가 없었음을 고백하고 유가족에게 공식 사과했다"며 "이제 누가 무슨 이유로, 어떤 경위를 거쳐 대한민국 공무원의 죽음을 왜곡하고 유가족의 명예를 훼손했는지 밝힐 차례"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월북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발표는 문제투성이"라며 "북한의 총격에 사살당하고 불에 태워진 공무원에게 월북 딱지를 붙였고 민주당 역시 월북 몰이에 장단을 맞췄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어제 국방부는 문재인 정부의 개입을 실토했다"며 "사건 직후 국방부는 북한의 총격과 시신 소훼를 강하게 규탄했지만 청와대의 답변 지침이 하달된 이후 국방부 발표는 월북 가능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옮겨졌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국민의힘은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된 당시 수사기록을 공개해 진상을 밝힐 수 있도록 협조하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신원식 의원은 "국회의원 재적 3분의 2의 찬성이 있으면 (열람이) 가능하다"며 "민주당이 국민을 보호한다는 헌법가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결자해지 차원에서 동의해달라"고 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정부의 입장 번복에 정치적 의도가 깔렸으며, 당정이 사실 관계 왜곡에 나섰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사건 당시 청와대에 근무했던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TBS '신장식의 신장개업'에 출연해 "권력에 의해서 음모론을 기획한 것"이라고 맹비판했다.

그는 "당시 (해경은) 군의 SI(특수정보) 자료, 이런 것 등을 토대로 해서 월북했다고 판단된다고 발표한 것"이라며 "국방위에서 여야가 (근거 자료를) 열람했다. 열람 후에 야당(지금의 국민의힘) 의원들이 아무 문제 제기를 안 했다. 그런데도 이런 번복을 해경이 알아서 할 리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시해서 근거도 없이 발표를 지금 뒤집은 셈"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민주당 의원도 입장문을 통해 "(윤석열 정부가) 명확한 증거도 내놓지 못한 채 어정쩡한 결론을 내려 오히려 교묘하게 사실 관계를 호도하고 있다"면서 "(당시 정부의) 판단은 사건 발생 지역이 북측 수역이었다는 물리적 한계 속에서 군과 해경, 정보기관의 다양한 첩보와 수사를 근거로 한 종합적 판단이었다"고 주장했다.

2020년 9월 북한군이 피살한 해수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이대준 씨의 배우자가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회관에서 전날 대통령실과 해양경찰이 발표한 이른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씨의 아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쓴 편지를 대독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윤석열 정부의 발표 역시 당시 문재인 정부가 특정 정보를 왜곡하거나 사실 관계를 의도적으로 누락해 그와 같은 판단을 내린 것이라 단정 짓지는 못하고 있다"고 반격했다.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당 비상대책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정권이 바뀌고 한 달 만에 판단이 바뀐 부분에 대해 (윤석열 정부가) 명확한 근거를 내놓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결론 낸 것으로 보인다"며 "특별한 상황이 바뀌지 않았는데 입장과 판단이 바뀌는 것 자체가 정치적 이해관계로 이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한편, 해경은 전날 "2020년 9월 북한 해역에서 총격으로 사망한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선 공무원의 월북 의도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당시 월북 시도에 힘을 실었던 국방부도 월북 추정 발표를 사과하는 한편 '시신 소각' 입장 번복은 청와대 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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