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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권 고교 70%가 이과… 우수학생 '이과 쏠림, 문과 공동화' 심화

19일 종로학원, 전국 상위권 고등학교 52곳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발표
3학년 564개 학급 중 68.6%가 이과반, 8년 전에 비해 15%p 증가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고사가 치러진 지난 9일 오전 대구 수성구 경북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시험을 보고 있다. 기사와는 상관없는 이미지. 매일신문 DB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고사가 치러진 지난 9일 오전 대구 수성구 경북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시험을 보고 있다. 기사와는 상관없는 이미지. 매일신문 DB

전국의 상위권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이과 쏠림 현상이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서울대 합격자를 많이 배출한 상위권 고등학교에서 3학년 10개 학급 중 7개가 이과라는 조사가 나왔다.

종로학원은 19일 전국 자사고 28곳과 지난 2022학년도 대입에서 서울대 합격자를 10명 이상 배출한 일반고 24곳 등 모두 52개 학교를 대상으로 이 같은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종로학원 제공.
종로학원 제공.

결과에 따르면, 올해 3학년 564개 학급 가운데 387학급(68.6%)이 이과반이고, 문과 학급은 177개반(31.4%)에 그쳤다. 이과반은 수능 선택과목 기준으로 '과학탐구'를, 문과반은 '사회탐구'를 선택한 학급이다.

이들 학교의 2015학년도 수능에서 문과(사탐 응시) 46.3%, 이과(과탐 응시) 53.7%로 거의 반반이었던 것에 비해, 8년 사이 상위권 학생들의 '이과 쏠림' 현상이 더 뚜렷해진 것이다.

학교 유형별로 봤을 때, 해당 지역에서만 신입생을 모집하는 지역자사고의 이과 비율이 81.6%로 가장 높았다. 이어 전국 단위 자사고(69.7%), 서울 내 지역자사고(68.6%), 전국 주요 일반고(66.5%) 순이었다.

이과 비율 증가 폭은 주요 일반고가 가장 컸다. 8년 전 50.5%에서 16%포인트(p)나 증가했다. 서울대 합격자 배출 상위 고등학교 중 하나인 대구 대륜고 역시 8년 전 이과 비율 57.6%에서 올해 69.2%로 11.6%p 높아졌다.

대구 수성구 한 여고에 다니는 2학년 A(18) 양은 "2학년 12개 반 중 5개만 문과고 나머지는 다 이과다"며 "성적 상위권 중 의대, 약대, 간호대를 노리는 친구들이 이과에 몰려 있다. 아직 진로를 정하지 못한 친구들도 일단 취업을 위해 이과를 선택하고 본다"고 말했다.

종로학원 제공.
종로학원 제공.

이처럼 상위권의 '이과 쏠림'이 확연하지만 상위권 대학들은 문과 선발 비율이 더 높아 '미스매치'가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023학년도 정원내 모집 기준 전국 4년제 대학의 문과 선발 비율은 43.8%(12만2천976명), 이과는 56.2%(15만7천988명)로 이과가 높지만 서울권 소재 대학은 문과가 51.9%로 이과보다 선발 인원이 더 많다.

우수한 학생 대부분이 이과를 선택해 문과에선 우수 학생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지역 뿐 아니라 서울 상위권 대학의 문과 계열에서도 우수학생 선발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향후 의·약학계열 쏠림, 통합수능에 따른 이과 유리, 반도체 관련 유망학과 및 대기업 연계 학과 신설 등으로 이과 쏠림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며 "이를 단순 '문송' 현상으로 가볍게 봐선 안 되고 문과대학들의 구조조정, 발전 방안에 대해 심각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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